Call of cthulhu 7th FanMade ScenarioWritten by. 구구
당신이 눈을 뜨면 그 곳은, 아, 넓고도 넓은 마을입니다.
잠이 들었던 걸까요, 머리가 조금 띵하고 무겁습니다.
지평선 너머로는 노을이 붉게 하늘을 물들이고 있습니다.
아담하고도 비슷하게 생긴 집들이 같은 간격으로 이 들판을 메웁니다.
당신은 도로 위에 자신이 누워있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왜 여기 있었는가, 하고 생각해보면 전혀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킬리안:
SAN Roll
| 기준치: |
40/20/8 |
| 굴림: |
47 |
| 판정결과: |
실패 |
아찔하게 덮쳐오는 깊은 감각을 견뎌내기에는 몸조차 무겁고, 기운이 없습니다.
그러던 중 누군가가 노을을 등지고서 나를 부르는 것만 같습니다.
여행을 시작할 시간이야.
하고 낯선 이라고 감지되는 누군가가, 자신에게 손을 뻗어옵니다.
킬리안:
관찰력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28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역광 탓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어쩐지 경계심이 들지는 않습니다.
킬리안:... (내밀어진 손을 빤히 바라보다가 가볍게 턱 맞잡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구체적인 기억은 없지만 오래 전부터 베인 습관처럼 몸을 움직이고 입을 여는 것이었다.) 나를 알아?
아자릭:(자신을 아느냐는 물음에 그저 옅게 미소짓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손을 잡아 일으켜주는 행동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다.)
응, 알고 있어.
당장은 혼란스럽겠지만... 아. 내 이름은 아자릭이야.
(기억하지 못하는걸 알고 있는 눈치였다.)
킬리안:아자릭. (입안으로 되내어봐도 잘 모르겠다는 듯 살짝 인상을 썼다가 편다. 불편한 몸 상태에 다른 쪽 손을 들어 제 이마를 지긋이 눌렀다가 떼었다.)
...기억나는게 하나도 없어. 여긴 어디지?
아자릭:도시에서 떨어진 교외 지역이야. 우리는 도시로 돌아가기 위해 여행을 시작할거고.
(네 상황을 이해한다는 듯이 지켜보지만 제가 해결해줄 수 있는건 없어 네가 조금이라도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린다.)
걷는데 불편함은 없어? 보시다시피 이동수단이 두 다리 뿐이라.
(아무런 기억도 떠올리지 못한 상태로 받아들이기엔 너무 단편적인 단서들이다. 그게 불만인 듯 불쾌한 기분이 묻어나는 목소리가 툭 튀어 나왔다.)
이봐, 하나도 도움이 되질 않잖아. 갑자기 여행이라니, 네가 걱정하는 대로 몸상태도 정상은 아니라고.
(처음 보는 상대인데도 제 속마음이 쉽게 튀어나왔다. 그래도 된다며 몸이 허락한 것 처럼. 제 상태가 낯설다는 것을 깨닫고는 작게 헛기침했다.)
...그래. 도와준 건 고맙지만.
아자릭:그저 나를 믿고 따라와달라고 하기 어렵겠지.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신뢰를 쌓을 여유도 없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은 했다. 그러니 정중히 부탁하는 것처럼 대답했어.)
킬리안을 아니까, 동행하다보면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해. 이대로 아무도 없는 곳에서 방황하면 어떡해?
혼자보다는 둘이 좋을거야.
(의심해야한다고 생각하면 그래도 돼. 입가에 비치는 미소는 어딘가 씁쓸해보인다.)
킬리안:(내가 기억을 잃었다는 패널티를 가지고 있는데, 네가 날 아는게 더 이상하지 않겠어? 당연하게도 속으로만 삼킨 생각이었다. 의심을 들켜서야 이득 볼 것이 없으니. 고민하는 척, 고개를 숙이고 작게 앓는 소리를 내다가 알겠다는 듯 작게 끄덕였다.)
네 말이 맞아. 내게 해를 끼칠 생각이었다면 정신을 잃었을 때 기회가 있었겠지.
(그리고 제 기억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너라는 단서가 필요했다. 움직일 때 마다 불편함이 느껴지는 몸뚱이를 이끌곤 네 옆으로 다가와 선다.)
그래. 내 이름이… (손을 뻗어 악수를 요청했다가 머뭇한다.) …킬... 뭐?
아자릭:(적어도 악의가 없다는 것을 네가 알아주었으면 좋을텐데. 제가 의심받는 것 따위는 중요하지 않는건지 내밀어진 손을 기쁘다는 듯이 잡아 가볍게 악수한다.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너를 바라보는 시선이 걱정의 빛을 띄웠다. )
킬리안. 그것만 기억하면 돼.
킬리안:(네가 말한 정보들 중 어떤 것이 거짓이고 어떤 것이 진실일까. 저를 바라보는 노란 눈의 온기가 어쩐지 저를 마음 약하게 만들어서, 정신을 차리곤 가식적인 미소를 지어보였다.)
킬리안, 그래.
어떤 여행이 될진 모르겠지만, 잘 부탁해. 아자릭.
(가볍게 손을 쥐고 흔들었다가 놓아 주었다.)
슬슬 날이 저물테니 서로 잃어버리지 않게 손을 잡고 가자 말하면서요.
킬리안:
건강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51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주변을 둘러보면 아자릭이 어떤 집을 가리킵니다.
아자릭:여행에 필요한 물건이 있는지 한 번 둘러보고 가자.
(킬리안, 네 상태도 걱정스럽고. 불편해보이는 기색을 느낀건지 걱정을 숨기지 않고 제안했어.)
킬리안:쉬었다 간다면 난 좋긴 한데... 도움 받을 수 있을까?
(도시와 떨어진 이런 곳에서 낯선 남자 두 명이라니, 나라면 안 받아 줘. 중얼거리듯 덧붙였다.)
킬리안:
관찰력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29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걱정과는 달리 집 안에는 누구의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음을 느낍니다.
(누군가 있다면 좋겠지만... 말끝을 흐린다. 먼저 발걸음을 떼며 집 안으로 들어간다.)
킬리안:아무리 사람이 없다고 해도, 잠깐 자리를 비운거라면... 어이!
(황당하다는 듯 서서 바라보다가 찰나 망설이고는 따라 집 안으로 들어선다.) 주거 침입죄라고....
(그렇게 막나가는 녀석으로는 안 보였는데.)
좁지만 기본적인 생활은 가능할 것만 같은, 낡았으나 아늑한 내부입니다.
방과 방의 구분이 따로 되어 있지 않은 구조입니다.
천장에는 형광등이 달려있으나 켜보려고 하면 켜지지 않습니다.
아자릭:(걸으면 바닥에서 끼이익.. 무게를 싣는 소리가 들린다.)
말하지 않았지만, 이곳에는 빈 집이 대부분이야. 도시에 가면 그나마 사람을 많이 볼 수 있지 않을까? 모두가 향하는 곳이 그곳이거든.
(주인이 없는 집에 들어와 누군가의 것이었을 물건을 뒤적거리기엔 저도 원치는 않았다.)
네게 도움이 될만한 물건이 있나 살펴보고 있을게. 잠깐 둘러보고 있어.
(결국 이 곳에서 오래 혹은 자주 머물렀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저와 만나기 전 한 번쯤 들러봤다는 소리다. 이것이 사실이라고 검증 되었으니 분명히 같이 다닐 필요성이 있는 사람인 것이었다. 대답을 바란 것은 아니었는지 이내 고개를 돌렸다. 앞으로는 같이 다닐테니 혼자만의 시간은 나름 귀중할 것이다.)
모두가 향하는 곳이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왜 이 곳을 떠나는걸까. 아주 평화롭고 안락해 보이는... 집 안을 둘러본다. 오래 비워져 있던 느낌은 아닌데.)
어떻게 알았냐는 물음에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습니다.
아자릭은 잠시 창고를 뒤져보고 온다고 하고 자리를 비웁니다.
[ 스토브 / 테이블 / 침대 / 화장실 / 창고 ]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킬리안:(지금은 잠깐 떨어져 있는 것이 좋겠다. 창고에서 멀어져 침대를 먼저 살펴봤다. 짐을 챙긴 흔적 같은 것이 있나?)
킬리안:
관찰력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17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침대 아래를 살펴보니 몽키 스패너 하나를 발견합니다.
킬리안:(스패너를 주워다 살펴본다. 사용감 같은 건 있나? 챙기다가 흘린건가. 다른 특이사항은 없는지 함께 둘러본다.)
낡은 몽키 스패너입니다. 새 것 같지는 않네요.
침대에 사용감이 없는 것 빼고는 특이점은 없어보입니다.
킬리안:흠. (어찌됐건 없는 것 보다 낫지. 스패너를 챙겨 바지 뒷주머니에 반쯤 꽂아 넣고는 침대에 한 번 흘낏 눈길을 줬다. 차라리 혼자였다면 몸을 뉘였을텐데.)
(아쉽다는 듯 입맛을 짧게 다시고는 시선을 돌렸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환경을 아는 것이 중요했다. 걸음을 옮겨 테이블을 살펴본다.)
눈앞이 흐릿해지고 제대로 무언가를 가늠할 수 조차 없습니다.
킬리안:윽, (순간 무릎에 힘이 탁 풀리며 자리에 주저 앉았다. 젠장, 역시 누울 걸 그랬어. 몸상태가 좋지 않은 건 알았지만 그리 무리라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눈을 지긋이 감고 빠르게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호흡을 골랐다.)
... (후우, 숨을 뱉곤 허벅지에 힘을 주어 바닥을 짓누르고 일어섰다.) 계속 가자.
(테이블을 살펴볼 수 있을까?)
테이블 위를 더듬거리는 손 끝에 액체가 든 유리병과 동그란 무언가가 닿습니다.
이 현기증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삼켜야만 합니다.
킬리안:(겨우 일으켜 세운 몸이 자꾸만 바닥으로 꺼지는 느낌이다. 한 발자국 씩 내딛다 결국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아 겨우 다다른 테이블 위를 더듬거리면 손끝으로 익숙한 감각이 느껴진다. ...약? 이건 물인가. 마치 보란듯이 갖춰놓은 모양새가 수상했지만 점점 숨을 쉬기가 어려워졌다.)
...아자릭? (그렇게 의심하던 사람을 애절히 부르는 꼴이라니. 바늘 수만개가 덮쳐오는 듯한 고통에 저 스스로를 다그칠 정신도 없었다.)
아자릭...! (나오지도 않는 목소리를 겨우 끄집어낸다. 창고까지 들릴 큰 소리가 아니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였다.)
(네 외침이 들렸는지 놀란 듯 네가 있는 곳까지 곧바로 온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테이블 위에 손을 올려둔 채 몸이 무너지지 않도록 힘겹게 지탱하고 있는 너였다. 네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내려다보고 어깨를 감싸 부축한다.)
킬리안, 괜찮은거야?
킬리안:아니! (몰아치듯 몰려오는 두통에 저도 모르게 짜증 섞인 외침을 뱉었다.) ...윽, 머리가 아파. 눈 앞도 흐리고...
(거칠게 숨을 내쉬며 몸은 자연스럽게 너를 찾았고 물 먹은 솜마냥 불어난 제 무게를 가감없이 네게 기댔다.)
이거, 약... (뭔지 봐줄 수 있겠냐는 듯 네게 내밀었다.)
(너를 해칠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을텐데. 테이블 위에 올려진 것은 다름아닌 향수와 오렌지였다. 설마 이걸 마시려고 했던건가? 갈증이라도 일어난건지 곤란해하던 때에 제가 창고에서 찾은 것을 떠올린다.)
킬리안, 진정될 때까지 잠깐 앉아있는게 좋을 것 같아.
(의자를 끌어 네가 앉게끔 도와준다.)
아자릭이 창고에서 찾은 것이라며 배낭 안에서 생수를 꺼내 당신에게 쥐어줍니다.
킬리안:약이 아니라고? (멍한 얼굴로 널 올려다 보다가 다시끔 찾아온 두통에 인상을 찌푸렸다. 평소라면 그걸 약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텐데, 정신적으로도 지친 것 같았다. 만약 네가 없었더라면 난 이걸... 거기까지 다다르자 오싹해져 고개를 가볍게 젓곤 네가 내민 생수를 받아 뚜껑을 열었다.)
(입구에 입술을 댔다가 멈칫 떼고는) ...고마워. (작게 인사하고 다시 목 뒤로 미지근한 물을 한 모금 넘겼다. 의심을 그만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왜 이렇게까지 친절하게 대해주지? (속마음이 불쑥 튀어 나왔다.)
아자릭:(허기는 괜찮아? 가볍게 묻고는 배낭 안에서 물건을 마저 꺼낸다. 빵과 휴대용 라디오, 그리고 생수 한 병이었다. 이정도면 도시까지는 버틸 수 있지 않을까. 그리 생각하며 침묵을 유지하던 때에 네 물음이 들린다.)
... ... 그야, 당연히..
(자연스레 대답하려다 아차 싶은 생각이 또 다시 입을 다문다. 왜인지는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며 두루뭉술하게 대답한다.)
생수와 휴식을 적당히 취하니 체력이 모두 회복됩니다.
킬리안:(마음을 놓으려다가도 영 무슨 속셈인지 모르겠다. 대답해줄 수 없는 상황 같은 걸론 보이지 않는데.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아도 이 곳은 평화롭고 안전해 보였다. 비어버린 생수병을 구기고는 방 안 한 구석에 대충 굴려 놓았다.) ...그래.
네 말대로 도시로 가면 뭔가 해답이 나오겠지. (이쯤이면 휴식은 충분하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량 낭비하게 만든 것 같아서 미안하네. 그건 창고에서 찾은 거야?
아자릭:식량을 낭비하다니, 그런 말은 하지마.
(우리에게 필요한 물건이었잖아. 고개를 내저으며 적절한 때에 도움이 되어 다행이라는듯이 여겼다. 네가 좀 더 자신을 돌보았으면 좋았을걸. 소리가 되어 흘러나오지 않는 말은 그저 가슴 속에 묻어둔다.)
응, 창고에서 찾은 물건인데. 모두 배낭 안에 담겨져 있었어.
(펼쳐놓은 것이 전부라는 듯, 배낭 안에 짐을 다시 넣어둔다.)
킬리안, 너는?
킬리안:...나머지는 아끼면 좋겠네. (굳이 대답을 하진 않았다. 말을 돌리는 것으로 대신했으니 제 의도는 얼핏 전달 됐을 거라고 여긴다. 옷 매무새를 단정히 하는 척 털며 뒷주머니의 스패너를 깊숙히 구겨 최대한 집어 넣었다.)
그냥 저냥. 별 건 없었어. 상태가 별로라 다 살펴보진 못했네. 눕기 좋아 보이는 침대가 있었다... 정도.
아자릭:괜찮으면 쉬고 갈래? 상태도 좋지 않아보였고...
(지금이야 나아진 것 같지만 또 언제 네가 힘들어할지 모르는 일이라 선뜻 나아가기가 조심스러웠다.)
킬리안:(그냥 누울 걸 잠깐 후회하기는 했지. 하지만 네 어디를 어떻게 믿고? 상태가 좋아지자 다시 시작된 의심이었다. 앞으로의 계획을 고민하는 척 음, 하는 소리를 낸다. 그래도 네가 없었으면 저는 더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게 사실이지. 귀한 식량을 내준 것도 리스크가 큰 투자였다. 조금이나마 경계심을 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괜찮다면. 너도 꽤 피곤할테고.
아자릭:나는 괜찮으니, 들어가서 잠깐 쉬어. 창고를 아직 다 보지 못해서... 다른게 없는지 살펴보고 올게.
(유독 상태가 좋지 않았던건 네가 아닌가. 침대 방향으로 길을 내어주고는 아, 하는 탄식을 흘리며 네게 배낭을 들려준다.)
이건 네가 맡아줬으면 하는데.. 무겁다면 내가 들어도 돼.
킬리안:(배낭을 받아 들면 그 무게가 가볍지만은 않아서, 이 정도면 괜찮지 않나 하는 안일한 생각이 드는 것이다. 답지 않은 핑계를 대고 비어있는 다른 편 손으로 네 팔을 가볍게 쥐었다.) 같이 쉬어.
...당신 없는 사이에 또 쓰러질지 몰라서 그래.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지만 결국은 네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게된다. 지금의 너는 모르겠지만 저는 항상 네게 약했으니.)
으응, ...알았어.
(쓰러지면 안되니까. 네가 홀로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을 간과하지 못했는지 아차 싶은 기색을 드러낸다. 괜찮다고는 하지만 네가 침대에 누워있는 걸 봐야 안심할 수 있는지 잡고 일어서라는 의미로 손을 내어준다.)
킬리안:(처음 봤을 때부터 느꼈지만 참 유약한 사람이다. 쓰러져봤자 뭐 큰 일이 나겠는가. 그게 침대 위인지 마른 바닥 위인지의 차이일 뿐인 것을. 그런데도 제 말 한마디에 깨질지도 모르는 유리를 다루듯, 이것 봐. 손을 내어주기까지. 마음이 물러지는 것은 제 쪽인지도 모른 채 너를 재단하며 손을 내밀어 마주 쥐었다.)
마음에 걸리는 거라도 있어? 아니면 생각보다 시간이 빠듯한가보네.
아자릭:마음에 걸리는 것보다는, 걱정이 되어서. 또 쓰러지면 어쩌지...하고.
(물론 시간 또한. 예정보다는 지체되겠지만 아직은 괜찮았다. 손을 잡으면 일어서는 것을 도와 침대로 향한다. 잃어버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손을 잡았던 방금 전의 상황과 비슷했다.)
네가 안전히 여행을 끝마치는게 중요해.
킬리안:(평소라면 은근히 쳐냈을 타인의 온기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제 상태에 의아함을 느끼던 것도 잠시, 침대에 다다르자 기다렸다는 듯 피로했던 몸을 푹 뉘였다. 그러는 중에도 손은 놓지 않았다. 오히려 제 옆에 앉으라는 듯 힘있게 끌어당긴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열쇠를 네가 쥐고 있다는 것 까진 알겠어.
하지만 이 여행이라는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건데? 단순히 도심으로 돌아가는 길을 왜 여행이라고 부르는 거지.
아자릭:(너를 침대에 뉘이고 저는 적당한 자리에 앉아있을 생각이었는지 갑작스레 끌어당겨지면 그대로 당겨져 네 옆에 풀석 앉는다. 그렇게 당황한 눈치는 아니었는지 잡은 손을 놓지 않았어.)
지금은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없어. 의심스럽고,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여행이 마무리가 될쯤에 대답해줄게.
그리 오래걸리지는 않을거야. 도심과 떨어져있다고는 하지만 가지 못할 정도는 아니니까.
(당장 할 수 있는 말은 네 물음을 묵살하는 것. 제게도 저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는 것처럼 의미심장한 태도였다.)
킬리안:결국 말해줄 수 있는 것 하나 없는데도 널 믿고 따라 달라는 이야기군.
(돌연 모든게 거짓이었다며 이득을 위해 돌변할지 모르는 게 인간이었다. 저는 너라는 사람을 알지 못하니까 필요한 방어기제를 깔아둔 것 뿐인데, 이상하지. 너에 대해서 네가 말해준 것 한 줄도 없는데 저 담담한 목소리와 진솔한 눈을 마주하고 있으면 그렇게 경계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하나만 대답해 줘. 이 여행에 동행하는게 오롯이 나를 위한 일이야?
아자릭:...응. 염치없는 말이라는거 잘 알아.
(마땅히 설명할 방법도, 네 의심을 해소해줄 방법도 없었다. 쓴웃음을 짓자, 양 볼이 패인 자국이 보여진다. 이상하게도 가슴이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네 나지막한 마지막 질문은 대답해줄 수 있는 범주에 들었는지 노란 눈동자가 너를 응시한다.)
그래.
(찰나의 순간에 진중함이 서렸지만, 금방 풀어진다.)
조금 쉬고 일어나자. 배가 고프면 빵이라도 먹어.
킬리안:(결국 제 의심이 어쨌든 네가 보여준 행동은 호의와 배려로 가득했다. 염치를 운운할 것은 네가 아닌 제 쪽인 것 같았는지라, 떨림 없는 곧은 눈동자를 마주하자 양심이 쿡쿡 찔리는 기분이 들어 그 얼굴을 더 보지 못할 것 같아 잡았던 손을 놓아주고는 몸을 돌려 등을 보이곤 누웠다.)
그래, 조금만 눈 붙일게.
(어쩐지 실언했다는 기분이 들어 죄 없는 시트만 손 안에 쥐고 구겼다.) ...가 봐. 덜 둘러본게 신경 쓰이는 것 같은데.
아자릭:잠들때까지 자리 지키다 갈게. 어차피 잠깐이니까.
(등돌려 네 표정이 보이지는 않지만 제가 보고 있으면 너도 신경쓰일까 숨죽이며 집 안을 눈으로 훑는다. 당장의 계획을 세우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사색에 잠긴 채 시간을 보냈다.)
눈을 감으면 오래 지나지 않아 졸음이 쏟아집니다.
잠결에 그가 집 안을 살펴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당신이 눈을 다시 뜰 때쯤에는 아자릭이 당신을 깨우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흔들어 깨우지도 않고, 오로지 당신의 이름을 불러 깨우는 모습이 퍽 조심스럽습니다.
킬리안:(눈만 간신히 감고 얕게 잠들었다가 낯선 목소리가 들리자 반사적으로 튕기듯 몸을 일으킨다. 절 깨운 상대를 확인하고는 다시 시트 위로 스르륵 엎어졌다.)
...일어날 만 해. 오래 잠들었나?
(튀어오르는 널 보고 놀란 눈을 하다 멋쩍은지 괜스레 제 뒷목을 매만진다.)
슬슬 출발해야하지 않을까 싶어서. 괜찮지?
킬리안:(작게 앓는 소리를 내다 뒷머리를 마구 헝크리고는 팔에 힘을 주어 바닥을 밀어내고 몸을 일으켰다.)
그래. 이렇게 여유로울 시간은 없지.
(얕게 든 잠도 잠이라고, 피곤이 덜 풀린 눈을 손등으로 거칠게 문지르고는 널 바라봤다.)
넌 좀 쉬었어?
(눈가를 부비는 널 빤히 보다가 눈썹을 늘어뜨린 채로 살풋 미소짓는다. 잘 잠들고 있던 이를 덜컥 깨워버린게 아닌가 미안한 마음이 남을 정도였다.)
걷다가 피로가 심하면 말해. 다 좋지만 네 건강이 우선이야.
킬리안:...이봐. 난 그렇게 약한 사람이 아냐.
(제 덩치를 보면 누구든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걱정은 잘 들어보지 못했으니 낯간지러움에 괜히 퉁명스러운 대답을 한다.)
아까는 그냥... ...일시적인 증상이었겠지. 푹 쉬었으니 걱정 마.
(아까 건내받은 배낭을 한 쪽 어깨에 걸쳐 매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는 너나 걱정 좀 해. 얼굴도 하얗고 나보다 말라서는...
아자릭:(말라서? 누가 이 신장의 남자들을 보고 걱정이 된다 하겠나. 퉁명스러운 반응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런 네 모습을 아예 처음본건 아닌 것처럼 자연스레 넘긴다.)
그렇지, 너무 과한 걱정이었구나. 아하하... 알았어. 나도 조심할게.
도시까지는 꽤나 거리가 있습니다만 킬리안과 아자릭에게 이동수단이라고는 두 다리 뿐입니다.
이런 마을이지만 근처 바에 가면 그래도 사람들이 모여있지 않겠느냐, 하며 아자릭은 그곳에서 뭐라도 빌려 보자며 다른 집으로 향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경쾌한 풍등 소리가 들립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 사람이라고는 없던 곳이라 생각했는데 놀라울 정도로 북적거립니다.
킬리안과 아자릭이 들어오는 소리에 사람들은 일제히 이쪽을 쳐다봅니다.
킬리안:
SAN Roll
| 기준치: |
39/19/7 |
| 굴림: |
67 |
| 판정결과: |
실패 |
(순간 덜컥, 심장이 내려 앉는 것만 같았다. 저도 직업상 꽤 비일상적인 일을 자주 겪는 편이었지만 이런 경험은 또 처음이다. 반사적으로 너를 제 뒤로 물리고는 짐짓 침착하게 바 안의 사람들을 둘러봤다. 평범한 사람, ...은 아닌 것 같지. 이게 무슨 상황이지?)
(저를 뒤로 물리며 놀란 듯이 사람들을 보는 너를 당황스럽게 바라본다. 무엇이라도 문제가 있느냐는 눈치였어)
킬리안:(혹시라도 무슨 상황이 벌어지면 바로 뒤돌아 나가라고, 그런 말을 하려고 했다. 고개를 돌려 너와 눈을 마주하면 정말로 모르겠다는 듯 동그랗게 뜬 눈이 보여서, 덩달아 당황한 채 고개를 돌려 아까의 광경을 다시 살펴봤다. 얼굴이 없는 사람들. ... ...맞지?)
너... ...아무렇지도 않아?
(제 쪽도 네 말의 의미를 알 수 없다는 듯이 의아한 눈빛을 한다.)
킬리안:
심리학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1 |
| 판정결과: |
대성공 |
그 뜻을 알지 못한채, 아자릭이 시선을 피합니다.
아자릭:여기 바텐더에게 도움을 받을게 있나 물어보고 올게. 그러니, 잠깐 기다리고 있어.
대화를 피하려는 것인지 아자릭은 바텐더에게 다가갑니다.
잠시 앉아 아자릭을 기다려볼까요, 아니면 따라갈까요?
킬리안:(한층 더 예민하게 곤두선 신경에 누군가의 대화소리도 놓치면 안될 단서처럼 들려왔다. 평범하지 않은 광경이기에 더더욱. 자연스레 엿듣기 좋은 장소를 몰색하며 발걸음을 옮기려던 참이었다.)
... (그래, 네 흔들리는 눈동자를 알아보지 못했다면 그랬겠지. 결국 너도 느낀거지? 나와 보는 것이 같진 않더라도 뭔가 잘못된 곳이라는걸. 그런데도 짐짓 모르는 척 위험을 무릅쓰는 꼴이 영 심기가 뒤틀려서, 찰나 고민하고는 작게 욕지거리를 뱉으며 네 뒤를 따라 성큼 나선다.)
어딜 기다리고 있으래. (날 혼자 두고. 덥썩 네 손을 붙잡고는 뱉은 말이었다.)
아자릭:(곧바로 따라올 줄은 몰랐는지 손이 붙잡히자 놀란듯 고개를 돌려 너를 본다. 심기에 거슬릴만한 말이었을까?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한 말이 네게 좋지 않게 들렸는지 방금 전의 대화를 되짚어본다.)
그야, 내가 물어보고 오는 편이 빠르니까...
(혼자 남는건 조금 그런가. 생각이 다른 방향으로 튀어나간다.)
킬리안:(더 캐물어봤자 대답해주지 않겠지. 작게 한숨을 쉬고는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표정으로 대신 말한다. '너 짜증나.')
낯선 곳이라 혼자 남기는 좀 그래. 너도, 나도. 같이 가보자.
같이 못갈건 없겠죠. 표정을 읽고 난처한 눈빛을 하던 아자릭은 결국 고개를 끄덕입니다.
아자릭:안녕하세요. 잠깐 물어볼게 있는데, 괜찮으십니까?
(예의에 어긋나지 않게 조심스레 대화를 시작한다.)
바텐더는 유리컵을 닦다 아자릭의 물음에 하던 일을 내려놓습니다.
아자릭:다름 아니라, 저희가 도시까지 가기를 원해서 말입니다. 걸어서 가기에는 거리가 조금 있다보니, 탈 것을 빌릴 수 있나 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넌지시 묻는다.)
바텐더:당신은 그렇다 쳐도, 이 자도 데려가는겁니까?
쓸모 없을텐데.
애초에 여기는 그런걸 빌려주는 곳이 아닙니다. 그리고 여기를 나가려하는 사람이 적다고요.
킬리안:(옆에서 잠자코 듣고만 있었다. 잔뜩 신경을 곤두세우고 경계를 늦추지 않다가, 저를 까내리는 발언에 눈을 가늘게 뜨고 한 쪽 눈썹을 치켜 올렸다. 어떻게 생겨먹은 지도 모르겠는 놈이 말은 막 하네?)
도시에 걸맞는 사람들이 따로 정해져 있나봐.
당신의 말을 들었는지 바텐더가 빤히 쳐다보다가 다시 아자릭에게 시선을 향합니다.
바텐더:아, 그러고보니 누가 며칠 전에 이 근처에서 큰 소리를 들었다고 하더군요.
사고라도 난 것 같은데, 손님들 말에 의하면 요즘도 가끔 자동차 경적 소리가 들린다던데..
당신들에게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어요.
이 대화를 끝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없는 것 같습니다.
킬리안:(무시를 해...? 나를...? 황당한 듯 바텐더의 얼굴인지 어디인지 모를 곳을 바라보다 억누르고 아자릭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뭐, 고장난게 아니라면 훔쳐볼 만 하겠네.
아자릭:훔친다.. 라고 하기는 조심스럽지만. 그게 유일한 탈 것 수단인 것 같으니 가보자.
(방금 전의 바텐더의 말을 네가 곱씹고 있을까 걱정했는데, 괜찮구나. 지금은 그 차라도 있어야 도시로 향할 수 있을 것 같아 바를 나와 그곳으로 향하자 말했어.)
킬리안:그게 훔치는거지. 남의 것을 허락도 없이 갈취하는게 훔치는거 말고 다른 표현이 있겠어?
그래. 훔칠거라고. 주거침입이라는 중죄도 저질렀는데 절도가 문제겠어.
(바를 나서며 남 들으라는 듯 당당한 목소리로 주절거린다. 뚱하게 부풀어 오른 얼굴에는 말 그대로 심술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죄다 마음에 안 들어. 저 싸가지 없는 자식도, 알려주는 것 하나 없이 비밀만 만드는 이 녀석도.)
아자릭:(빌린다. 라는 표현을 쓰기에도 떳떳하지 못함을 알고 있었다. 지금의 저와 너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준법 행위에 어긋난다는 것 또한 알고 있어 변명하길 그쳤다. 가책이 느껴지는지, 눈썹을 늘어뜨린채로 그래.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심술이 단단히 났었다.)
바에서 나와 아자릭과 킬리안은 바텐더가 알려준 곳으로 걸어가기로 합니다.
시간이 그렇게나 지났는데도 여전히 노을이 지고 있습니다.
킬리안:
지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86 |
| 판정결과: |
실패 |
바텐더가 말한 곳까지는 족히 10분은 걸어가야 합니다.
얼마 쯤 걷다보니 멀지 않은 곳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려옵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3명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년..처럼 보이는 이들이 자동차 주변에 모여있습니다.
바에서 만난 이들처럼 모두 얼굴이 뿌옇게 보입니다.
가까이 다가가면 소년들은 아자릭을 보고는 호들갑을 떱니다.
나 얼굴 있는 사람은 처음 봤어!
킬리안:(얼굴 있는 사람이 처음이라고? 이 녀석이? 아까 그런 광경을 봤기 때문인지, 두 번째로 보는 이질감 있는 얼굴에는 그리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제가 놀란 것은...)
너희들은 왜 얼굴이 없는데? (대뜸 내뱉었다.)
그야, 여기 마을 사람들은 다들 얼굴이 없는걸.
자동차 창문에 비친 얼굴을 보기 위해 킬리안은 다가갑니다.
킬리안:
관찰력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59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킬리안은 창문에 손을 짚어 얼굴 쪽을 매만져봅니다.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킬리안은 자신의 얼굴이 그들처럼 보이지 않는 것을 깨닫습니다.
킬리안:
SAN Roll
| 기준치: |
38/19/7 |
| 굴림: |
55 |
| 판정결과: |
실패 |
소년:얼굴 없는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잊어버려서 그런거라고 다른 사람들이 그랬어.
여길 돌아다니면서 스스로 기억해 내는 수밖에 없대.
킬리안:(창문에 비친 얼굴을 보고 덜컥 놀라 한 발짝 물러섰다. 당황한 표정으로 너를 바라보았다가, 마음을 다잡곤 다시 한 번 얼굴을 비춰 본다. ...어떻게 생겨먹은지도 모를 놈이라 비난할게 아니었군. 작게 한숨을 쉰다. '나중에 얘기 해.' 그렇게 말하는 것 같은 날선 시선이 너를 째릿 노려봤다가 소년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비현실적인 일에 매번 놀라기에는 불행하게도 어느정도 적응이 된 것 같았으니. 이유를 대충 납득해보기로 했다.)
도시. 너희 뭐 아는 거 있어?
아자릭:(시선의 의미를 아는건지 그저 미소짓고는 아무말 없이 상황을 지켜본다.)
소년:도시에는 자기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던데? 나는 가보지 못해서 모르겠어.
한 번쯤은 얼굴이 있는 사람을 보고 싶었는데, 이제 됐어!
마침 이 차를 타고 가려고 했었거든. 그런데 고장이 나서...
소년:형이 이 차 좀 고쳐줘! 그럼 빌려줄게.
도시에 간다고 했잖아?
킬리안:고장이고 자시고 쪼그만 녀석들이 무슨 차를... 정신 안 차려?
(이번엔 심술이 괜한 아이들 쪽으로 튄다. 머리에 꽁 주먹을 놓는 시늉이라도 하려다, 차를 빌려준다는 말에 슬며시 힘을 풀고 손을 내려두었다.)
뭐, 필요하긴 했지. ...듣고보니 나도 도시로 가야 할 이유가 명확해 진 것 같고. 어디가 고장난건데?
소년:(주먹으로 꿀밤을 때릴까 몸을 움츠린다. 두 손을 머리 위에 올려도 할 말은 하는건지 입을 열었어.)
그건 형이 알아봐야지? 우린 그런거 모른다고.
킬리안:하아... 영 도움이... (중얼거리다 멈칫,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고 입 꼭 다물고 있던 누군가를 힐끗 봤다가 자동차로 시선을 돌렸다.) 뭐, 누구보단 도움 됐네.
(성큼 자동차의 앞판으로 다가와서는 보닛을 퉁퉁 두드렸다. 그러고 보니 아까... 제 뒷주머니를 더듬어 몽키 스패너를 꺼내 들었다.)
흔해 빠진 소형차입니다. 조금 손 보면 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킬리안:
지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23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킬리안:
기계수리 Roll
| 기준치: |
30/15/6 |
| 굴림: |
66 |
| 판정결과: |
실패 |
운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57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계수리 Roll
| 기준치: |
30/15/6 |
| 굴림: |
44 |
| 판정결과: |
실패 |
(뭔가 잘못됨을 감지하자 본능적으로 아자릭 쳐다봄)
운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16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달달 거리는 엔진소리를 내며 차에 시동이 걸립니다.
킬리안:(잘못 뜯어먹은 부품 대충 옆으로 치워두고 뻔뻔하게 웃어보인다.)
다행히 차를 타고 도시로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운전은 건강이 염려되어 아자릭이 하겠다 합니다.
조수석에 올라타면 소년들이 킬리안에게 다가옵니다
킬리안:어, 그래... 고맙다. (미운 구석이 없는 녀석들이라 저도 모르게 웃음 짓고는 거칠게 머리를 헝크러뜨린다.) 이건 다 쓰고 돌려주러 올게. 너도 그동안 찾길 바래.
고개를 돌려 아자릭을 바라보면 노을을 풍경으로 아자릭의 얼굴에 그늘이 져 있습니다.
킬리안은 눈 앞에 섬광이 이는 것처럼 갑자기 흐려집니다.
킬리안:
지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70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킬리안이 차를 운전하며 도로를 달리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킬리안:(번쩍, 눈 앞에 이는 섬광에 인상을 팍 찌푸렸다가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광경이 지나쳐가자 혼란스러운 듯 너를 바라봤다. 그래, 본능적으로. 이런 행동이 학습되어 있는 것 처럼. 그 기억 속에서 제가 바라본 옆 사람은 누구였을까. 시선을 따라가면 운전을 하고 있는 너와, 네 머리 위로 걸쳐진 반짝이는 노을빛 베일이 보인다.)
...왜 네가 운전을 하고 있는거야? 나도 면허 정도는 있어. ...아마도.
아자릭:그야, 상태가 갑자기 안 좋아질 수도 있잖아. 조수석에서 잠깐이라도 눈 붙이는건 어때...?
(아까도 잠을 얼마 자지 못했잖아. 면허 있는 것쯤이야 저도 알고 있었다. 저 또한 있으니 제가 운전하는 것 뿐이었지. 정면을 향해 시선을 둔채로 물음에 대답했어.)
킬리안:거듭 말했지만, 난 네 생각만큼 약한 남자가 아니라니까....
(이 논쟁에 끝이라는게 있을지. 창가 툭 지친 듯 이마를 기댔다. 하여간 너는 늘 내게 쓸데없는 걱정이 많아서... ...늘? 어디서 튀어나온 것인지 모를 단어를 지우고 문장을 다시 정리했다. 아무튼 보호받을 입장은 아니라는 거다. ...다른 염려되는 이유가 있어서 운전대를 잡았다고 하면 모를까. 근거없는 의심으로 시선만 돌려 너를 바라본다.)
눈 붙이기에는 우리 할 얘기가 많지 않아? (다시 떠올리니 열이 오르는 기분이라, 낮게 목울대가 긁히는 목소리를 낸다.)
아자릭:(이어지는 말에 저도 순간 입을 다물었어. 숨기려고 해도 네가 알게 될거라 생각했다. 방금 전에 마주쳤던 눈빛이 분명 이 대화 주제를 꺼낼 것이라 선전포고를 하는 셈이었다. 순식간에 차 안에 정적이 흐르고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소음만이 들렸다.)
(머지않아 입을 열었어. 늘 웃고있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지 않았다.)
왜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걸 숨겼는지.. 말하는거야?
킬리안:(제 연식을 알리듯 탈탈거리는 소음을 내며 돌아가는 엔진 소리, 도로 위로 튀어 오른 돌멩이에 걸려 덜컹하며 요동치는 차제. 조금은 거슬릴 정도로 잡음이 가득한 공간이었음에도 얕게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만큼 저는 열이 오를대로 올라 있었다는 거다.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을 거라는 것 쯤은 알고 있었다. 그래도 말이지, 저를 생각해준다는 사람 입에서 듣게 되는 것과 저와 연도 하나 없는 처음 보는 꼬맹이 입에서 듣는 것은 기분이 아주 달랐다는 거다.)
숨길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겠지. 그래도 말이지, 이런 식으로 생긴 사람과 네가 내내 함께 했을거라 생각하면 영 기분이 편하지 만은 않거든.
아자릭:... 왜 그런 말을 하는거야. 너는...
(자기를 비하하는 말이지 않나. 비아냥 거리는 말이라는걸 알지만 듣고 싶지 않은 종류의 말이었다. 저도 모르게 눈썹을 늘어뜨렸어. 정면을 주시하고 있지만 고개를 돌린다고 해서 네가 무슨 표정을 짓는지 알 수 없었다. 사실은, 네가 무엇을 보았는지 자신을 향해 무슨 표정을 지었는지 하나도 알지 못했어.)
킬리안이라는 걸 알고 있어서, 정말 그런 생각은 가진 적 없어. ...정말이야.
킬리안:네가 실제로 어떻게 느꼈는지가 중요한게 아니잖아. 젠장, 내 입장에서는 말야...
(아까 바에서 느껴지던 시선, 아니. 얼굴이 없으니 시선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순간적으로 느꼈던 이질감, 불쾌감, 울렁거림. 네가 그런 모습의 저와 마주했을 것을 생각하면... 게워낼 것도 없는데 괜히 속이 불편해지는 것 같았다. 제가 네게 어떤 존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인지도 모를 상태로 나타난다면 난... 눈을 지긋이 감았다 뜬다.)
그만 두자. 어차피 네가 대답할 수 있는 건 없잖아....
(결과값이 없는 도돌이표. 문득 대화에서 탈력감을 느끼곤 말끝을 흐렸다. 열감이 느껴지던 목소리는 점차 체념으로 바뀌었다. 고개를 돌려 창 밖의 풍경을 바라본다. 노을을 가리는 물체에 그늘이 져 제 얼굴을 비추는 때에는 황급히 시선을 내리 깔았고.)
(결국에는 제가 대답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게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없음을 알았다. 얼굴이 없는 자에게 두려움을 느꼈는가 하면 저는 아니었다.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었으니 저 또한 처음에는 놀랐다. 하지만.. 킬리안이 얼굴이 없다 하여 네가 아닌건 아니잖아. 그의 상태를 알고 있어 침체되는 분위기를 내버려둘 수밖에 없었다. 네가 충격을 받을까봐 숨겼던 일이지만, 제가 먼저 말해주었더라면 지금 상황보다 나았을까 과연.)
... 라디오, 켜볼래?
(분위기를 환기하려 꺼낸 말이었다. 단 둘이 있는 공간에서 이정도로 적막이 흐른건 처음이었으니.)
킬리안:(한참 이어지는 적막에 졸리거나 피곤해서가 아닌, 이 상황을 외면하고 싶어 눈꺼풀이 무거워지던 참이었다. 네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지만, 네 쪽을 바라보지는 않았다. 어찌되었던 저였다면 별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얼굴일 터였다. 이 배려를 네가 눈치 챈다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는 일이었지만 뭐, 내가 알 바야. 네 탓은 하나도 없고 오히려 희생하는 쪽은 계속 너였음에도 불구하고 토라진 기분은 티내야 헀다.)
...뭐. 아무거나 튼다.
(미숙한 행동에 뒤늦게 양심이 찔려 말과는 다르게 세심하게 다이얼을 돌려 좋은 음악을 찾으려고 했다. 네가 좋아하는 노래가 뭘까, 기억이 있었다면 단번에 찾았을 텐데. 아는 것 하나 없는 제 꼴에 헛웃음이 나왔다.)
주파수를 몇 번 조정 하자, 아름다운 미성으로 뉴스가 나옵니다.
통신이 잘 통하지 않는 지 가끔 지직거립니다.
킬리안:
듣기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45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뉴스가 끝났는 지 이윽고 노래 하나가 흘러나옵니다.
아무 말이 없던 아자릭이 중얼거리듯이 말합니다.
이건...이건 괜찮아.
도착한 곳은 교외 지역과는 달리 하늘로 높게 뻗은 건물들, 어수선하고도 바빠 보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킬리안:
관찰력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69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대부분의 사람들이 얼굴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때 아자릭이 킬리안의 머리에 모자를 푹 씌웁니다.
아자릭:여기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드물어. ... 미안. 눈에 띄면 곤란할 것 같아서.
킬리안:(아까 스쳐지나가듯 들었던 뉴스의 내용을 떠올린다. ...그래서 도시로 향하는 사람이 잘 없다고 한 거군. 자칫하면 같이 오해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며 어색하게 대답했다.)
됐어. ...대충 알겠으니까.
아자릭:(네 말이 걸리지만 쓴웃음을 짓고는 이어 말한다.)
어쩌면.. 여기서 기억을 찾을 수 있을거야. 다만, 스스로 찾아야만 해.
(여행의 이유. 도시로 향하면 모든 것이 끝난다 말했으나,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하지만 힘들다면 찾지 않아도 괜찮아. 도시를 지나쳐 이 여행이 끝나면 전부 기억날테니까.
킬리안:(방금 전까지 실컷 화내고, 짜증내고, 심술 부리고 혼자 체념까지 했다. 아주 골고루 민폐를 부렸지. 그럼에도 아직까지 너는 내 곁에 서 있었다. 힘들면 무리할 필요 없다고. 그런 다정한 소리를 하면서.)
방금까지 우리 싸운거 알고 있지?
(황당함에 웃음이 나왔다. 그렇기 때문에 더 알고 싶다. 기억해내고 싶다. 너라는 사람이 누군지. 내가 너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내겐 네가 어떤 의미였는지.)
내가 기억을 되찾는거. 넌 그거 하나만을 위해서 여기까지 동행한거야?
아자릭:(분위기가 좋지 않았지. 네가 싸웠다고 한다면 그것 또한 맞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식으로 싸우고 싶지는 않았어. 그러니 네 기분이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면 했다. 제 여행의 시작은 항상 너였음을. 네가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 없었다. 모자로 가려보았자, 어떤 표정으로 저를 보고 있을지 모르는 너지만 저는 오로지 그것 하나만 바라봐왔다는 것처럼 거짓없는 대답을 한다.)
응, 너를 위한 일이라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야.
(기억에 없는 너는 모르겠지. 네가 저에게 어떤 의미일지. 돌아온다면 알 수 있을거라고. 지금은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어서 가자. 이제 막 도시에 도착했고 아직 여행 중이잖아.
킬리안:(이제까지 들었던 대답 중에서 가장 확신이 가득한 대답. 대답할 수 없는 수많은 질문들 사이에서 이것만은 진실되게 말할 수 있다고 전하는 듯한 그 노란 눈동자에 저도 모르게 언제 심술을 부렸냐는 듯 슬며시 미소가 우러 나왔다. 네가 볼 수 없는 미소겠지만 제가 어떤 기분인지는 얼굴을 보지 않아도 너는 알아차릴 것 같다고 근거 없는 확신이 들었다.)
그래, 가자.
(손을 내민다. 네가 제게 처음 손을 내밀었던 그 때 처럼. 이 곳에는 교외보다 사람이 더 북적일 것이다. 그러니 손을 맞잡아야겠지, 서로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알 수 없지만, 함께 했던게 처음은 아닌 기분이었습니다.
도시 안의 [ 중앙광장 / 뒷골목 / 상실보호센터 / 도서관 ]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킬리안:(잡은 손을 꼭 쥐고는 중앙 광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수많은 사람들, 대부분 다 얼굴이 있었다. 괜시리 초라한 기분이 들어 쓰고 있던 모자를 더 깊숙히 푹 눌러 쓴다.)
사람이 많네. 조심해야겠어.
아자릭:(이곳에서 유일하게 얼굴을 잃은 사람은 너 뿐이었다. 네가 걱정되어 주춤거리다 네 뒷모습을 바라보고는 발을 맞춰 걷는다. 확신에 찬 목소리는 아니지만 네 말에 호응하듯 작게 중얼거리며 저도 손을 꼭 잡아준다.) ...괜찮을거야.
광장의 중앙에는 [분수]가 있습니다. 주변에는 여러 [상가]가 앙증맞게 있고, 상가 사이에는 다양한 [포스터]가 붙어있습니다.
킬리안:다행이지. 네가 있어서 의심은 덜 받을 것 같은걸.
(농담이랍시고 한 말이었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도 네가 웃어줄 것 같지는 않아서, 멋쩍게 하하... 책을 읽듯 웃는 척이나 했다.)
(어색하게 시선을 돌려 분수를 먼저 살펴봤다. 그냥 이런 것들을 둘러 보는 것 만으로도 기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분수 안으로 동전을 던져 넣으면 포춘쿠키를 주는 것 같습니다.
아자릭:여기까지 왔으니, 이거. 해보는건 어때?
(마침 저는 동전을 가지고 있었다. 혹시 알까, 네 기억에 도움이 될지. 권유하는 이유는 이 때문은 아니었지만, 좋은 핑계이지 않을까?)
(정말 그 이유는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대답해주면 못이기는 척 어울려줄 의향이 있었다. 잡지 않은 빈 손을 네 쪽으로 슥 내민다. 내 놔. 당연히 있지? 그렇게 말하듯이 뻔뻔하게.)
(쿠키가 이유는 아니었지만, 네가 그렇다면야 그런거겠지. 딱히 해명할 생각도 없는지 멋쩍은 웃음을 흘리며 네 손 위에 동전 하나를 올려준다.)
너는 이런걸 믿지 않겠지만 기분을 내는거지.
킬리안:
운
| 기준치: |
65/32/13 |
| 굴림: |
83 |
| 판정결과: |
실패 |
땡그랑... 소리를 내며 분수 안으로 들어갑니다.
받은 포춘쿠키를 가르면 작은 문구가 써있는 메모를 발견합니다.
킬리안:(조금 삐끗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잘 되었으니까. 뿌듯하게 웃으며 쿠키를 받아들곤 반으로 갈라 한 쪽을 네 입에 집어 넣어준다. 남은 반쪽을 제 입에 던져 넣고 문구를 확인한다.)
...뭐야?
(아까의 뉴스를 들었기 때문일까. 연상되는 장면들에 좋았던 기분이 팍 불쾌해지는 기분이라 반으로 찢고는 손바닥으로 돌돌 뭉쳐 분수대에 던져 넣었다.)
아자릭:(얼떨결에 쿠키 반쪽을 받아 먹었다. 오도독, 씹는 소리와 함께 네 중얼거림을 듣고 의아한 표정을 했어. 기분 나쁜 문구라도 있었을까? 묻지는 않았지만 네가 하는 행동을 그저 지켜봤다.)
킬리안..?
(더 이상 여기엔 볼일 없다는 듯 잡은 손에 힘을 주고 제 쪽으로 끌었다. 처음 혀에 닿았던 단 맛이 이젠 텁텁하게 남는 것이 영 아까 그 문구의 불쾌감 때문인 것만 같아 괜히 입맛을 다셨다.)
쿠키 맛있었어?
아자릭:응. 가벼운 놀이도 괜찮지? 쿠키도 얻고, 운세를 점지해보고.
(어느하나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쿠키 맛이었지만 고개를 끄덕인다. 분수가 있는 중앙 광장을 뒤늦게 둘러보고 네게 이끌려 따라간다.)
다른 곳을 살펴볼까?
킬리안:(동전을 던진 건 저인데 되려 신나 보이는 건 너였다. 황당함에 저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오자 아까의 운세는 가볍게 머릿속에서 지워진 것 같았다. 뭐. 내가 예민했던거겠지.)
그래. 괜찮네. (대충이라도 호응해주고는 상가가 몰린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사람이 많으려나, 걱정은 되었지만... 너를 보고는 염려를 조금 덜어냈다.) 저기도 가볼래?
아자릭:(네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고 사람들을 지나쳐 걸어간다. 식욕을 돋구는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확실히 우리가 거쳐왔던 마을과는 다르네. 사람이 많은만큼 분위기도 달라.
킬리안:그렇네. 확실히 도심이라는 느낌이 나.
(사람들이 스쳐 지나갈 때 마다 저도 모르게 긴장이 되어 목에 빳빳이 힘이 들어갔다. 그러다 코 끝에 갖가지 음식 냄새가 흘러 들어오자 문득 물 외에는 별달리 먹은 것이 없다는 걸 깨닫는다.)
배고프진 않아?
(사실상 이곳에 오면서 아무것도 먹은게 없는건 피차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사양을 하며 상가에 있는 음식에 시선따위 주지 않았다.)
킬리안:(저와 만난 이후로 네가 뭘 먹는 것을 본 기억이 없는데. 의아함에 고개를 기울였지만 뭔가 또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겠거니 넘겨 짚었다. 그러다 문득, 배낭 안에 음식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곤 배낭을 제 앞으로 가져와 맨 뒤 멈춰서서 안을 뒤적인다. 이내 손끝에 걸리는 빵봉지의 감촉에 아, 하는 탄성을 낸다.)
그럼 이거라도 먹을래?
아자릭:(내밀어진 것은 다름아닌 빵이었다. 생각해보니 배낭 안에 이런게 있었지. 허기를 느낄 새도 없어 굳이 찾아보지 않았었다. 네가 주는 것을 받아 빵을 내려다보고는 감사인사를 한다.) 정말 괜찮은데... 잘 먹을게.
(빵 포장지를 뜯어 꺼내고는 반을 뜯어 그게 당연한 것마냥 네게 준다. 쿠키에 대한 답례라 여기길.)
(그리고 저는 당연하다는 듯 나눠준 절반을 받아 들었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여러 상황들에 허기도 느끼지 못하다가, 코끝에 고소한 반죽과 버터의 냄새가 맴돌자 그제서야 배가 고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가의 다른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을 흘끗 봤다가, 다시 너를 본다. 더 깊게 생각하지 않고 반쪽짜리 빵을 입에 물었다.)
물도 있어. (입에 문 채로 반쯤 웅얼거리며 생수를 꺼내 네게 건네준다.)
아자릭:(별 볼일 없는 빵이지만 허기를 달래기에는 충분했다. 아무것도 먹지 못했던 상태에서 빵 한조각이라도 들어가니 입 안에 남는 맛이 만족감을 주었다. 웅얼거리며 제게 생수를 쥐어주는 널 보고 하하, 작은 웃음소리를 결국 내고 만다. 사람들 사이에서 빵을 입에 문채로 서있는 모습이 웃기기도 해서. 받아들인 생수를 한모금 마시고 네게 다시 돌려주었어.)
결국 필요로 인해 쓰였네. 빵도, 물도.
킬리안:(웃지 말라는 듯 팔꿈치로 너를 쿡 찔렀다. 사람이 가득한 한복판에서 덩치 큰 남자 둘이 이러고 있는게 우스워 보일 순 있겠지만, 뭐. 저도 우습긴 했다. 입에 물고 있던 빵을 최후의 식사라도 하는 것 마냥 천천히 음미하며 씹어 삼키고는 돌려 받은 생수로 입안까지 정리했다. 그러곤 잊고 있었던 말에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리고 만다.)
...그래. 필요할 때 쓰인거지. 인정해. (못 이기겠다는 듯 한 손을 뺨 옆으로 들어 항복을 표했다. 남은 생수를 가방 안에 넣고는 다시 어깨에 둘러 맸다.)
(상가의 사람들 사이를 둘러보니 벽면마다 포스터 같은 것이 보였다. 이건 뭐지, 선전할 것이 있었나. 잡은 손을 이끌고 가까이 다가가 봤다.)
광고부터 찌라시, 경고문 등이 적힌 포스터가 다양하게 붙어있습니다.
《주의! 최근 기억 사냥꾼들이 돌아다니고 있으니 안전을 위해 얼굴있는 자들은 귀가 시, 반드시 운송수단을 이용해주세요.》
킬리안:
지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50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킬리안은 차에서 들은 라디오에서 기억 사냥꾼에 대해 언급된 것을 기억해냅니다.
기억 사냥꾼, 소위 ‘얼굴 있는 자’들을 노리는 이들을 일컫는다고 했지요.
이유는 모르겠으나 아자릭을 위해서라도...조심해야겠습니다.
킬리안:...도심도 영 흉흉한가봐. 사람이 많다는 건 결국 범죄율도 그만큼 올라간다는 뜻이니까.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지만 결국 네 반응을 떠보고자 한 것이라서, 포스터에 고개를 고정한 채로 시선만 흘끗 네 쪽으로 흘겼다. 이번만큼은 보이지 않는 제 표정에 조금 감사했다.)
아자릭:그렇지. 완벽히..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을거야.
(어디를 가도 그럴테지. 기억 사냥꾼들을 특정지을 수 있는 수단은 없었다. 지금은 사람들이 많으니 함부로 얼굴을 들어낼 수 없는거겠지. 포스터를 빤히 바라보다 더 깊게 생각하지 않으려는건지 고개를 돌린다.)
킬리안:(말해주는 것이 잘 없으니까 이렇게나마 단서를 떠보려고 한 것인데, 영 기분만 찜찜해졌다. 괜한 걱정거리를 다시 상기 시킨 것 같아 멋쩍어진 마음에 괜히 잡은 손에 힘이나 더 꾹 주어 본다.)
걱정 마. 너는 휩쓸릴 일 없어.
아자릭:(표적으로 노려질 사람은 저라는걸 알지만, 그럼에도 네가 걱정되었다. 저는 아무렇지 않은건지 네 말에 입꼬리를 당겨 웃어보인다. 늘 그래왔듯이, 나는 괜찮다 의미하며.)
나보다는... 하하.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알 것 같지 않아?
(제 얼굴은 네게 보이지 않겠지만, 아무튼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여기서 걱정될만한 사람이라곤 얼굴이 있고, 음. 저보다 체격도 좀 작고. 혼자 내놓으면 걱정될 정도로 유한 구석이 있는 네가 역시... ...웃고 떠들다 보니 좀 느슨해졌어. 정신을 다잡자. 역시 사람이 많은 만큼 경계를 늦춰선 안되겠다고 생각하며 잡은 손을 이끌고 다시끔 장소를 옮겼다.)
손 놓치지 않게 조심해.
아자릭:(너와 저, 어느쪽도 보호받을 입장이 아니었지만 서로가 걱정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도 익숙했다. 도시를 들어오면서 잡은 손은 떨어지지 않았다. 잃어버릴 일 없도록 단단히 붙잡고 저 또한 너를 놓치지 않으려 맞잡는다.)
킬리안:(이젠 혼자 걷는 것 보다 같이 있는 것이 더 익숙했다. 뭐, 기억이 이어진 시점부터 쭉 너와 함께했으니 당연한 소리지만. 얼마 걷지 않아 높은 건물이 눈에 들어왔고 간판에는 도서관이라고 쓰여 있는 듯 했다. 저리로 가볼까, 도움이 되는 자료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 개방되지 않은건지 문이 굳게 닫혀있습니다.
킬리안:문을 좀 늦게 여나보네. (혼잣말에 중얼거리다 문득 여기까지 오던 길 중간에 골목이 나 있던 것을 떠올렸다. 그런 으슥한 곳을 굳이 찾아갈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만... 기억을 찾을 가능성이 없는건 또 아니니까. 걱정 되는 것은 역시 너였어서 걸음을 멈춰서고 빤히 바라본다.)
(걸음을 멈춰 저를 빤히 바라보면 의아한 눈빛을 한 채로 너를 바라본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걸까, 얌전히 네가 입을 열기까지 기다렸으나 이어지는 말은 없었다.)
킬리안:(멈춰서서 저를 바라보는 모습에 괜히 작게 한숨이 나와 숨을 뱉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혼자 두는 게 더 걱정 돼. 어차피 갈 거라면 옆에 두는게 마음 편하지. 어떤 다짐을 한 걸음걸이는 아까보다 짐짓 비장하다.)
킬리안:
듣기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33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어두운 골목 안에서 아드득, 하고 무언가 씹히는 듯한 소리가 들립니다.
뒷골목으로 가면 서너명 남짓한 무리가 바닥에 주저앉아 무언가를 먹고 있습니다.
희미하고도 뿌옇게 일렁이는 얼굴에는 피가 튀겨지고, 바닥에는 남자라고 추정되는 자가 쓰러져있습니다.
킬리안:
관찰력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99 |
| 판정결과: |
실패 |
두 사람을 발견한 수상한 이들은 킬리안과 아자릭에게 달려듭니다.
킬리안:...! (이전에도 그랬던 것 처럼 황급히 아자릭을 제 뒤로 물렸다. 기억을 노리는 것이라면 저는 장애물 그 이상의 것도 되지 못하겠지. 이들이 노리는 사람은 분명했다. 돌아서서 뛰쳐 나간다면 인파가 있는 곳 까지 다다를 수 있을까? 짧은 찰나동안 머릿속엔 여러 계산이 이뤄졌다.)
회피
| 기준치: |
37/18/7 |
| 굴림: |
43 |
| 판정결과: |
실패 |
뻗어오는 손을 뿌리치지 못해 힘으로 킬리안과 아자릭을 덮칩니다.
소란스런 이쪽의 소리 때문인지 골목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크게 들립니다.
뛰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커지자 놀란 이들은 도망갑니다.
(놀란 듯 네게 곧바로 달려가 괜찮은지 안색을 살핀다. 뻗는 손이 잘게 떨렸어.)
괜찮아? 이게 무슨...
킬리안:(벽과 등이 크게 부딪히며 느껴진 충격에 기침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몸이 요동칠 정도로 크게 쿨럭이면서도 눈과 손은 너를 찾았다. 뻗어온 손을 다급하게 맞잡고는 잔기침 뱉고 호흡을 정리했다.)
너는, 넌 괜찮아? (상태를 마저 살피기도 전에 몰려오는 발소리에 모자를 깊게 푹 눌러 쓴다.) ...자리부터 옮겨야겠어.
(괜찮냐는 물음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당장 저보다는 제 앞을 가로막아준 네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겠지. 혼란스러운 감정을 억누르려 하지만 당장에 네가 다칠지도 몰랐다는 사실에 몸이 굳은듯 선뜻 움직이지 못했다. 당장 자리를 옮겨야하는데...)
아자릭이 어깨에 통증을 느낀듯, 낮은 신음을 흘립니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 빈자리였을 옆 자리에 누군가가 앉습니다.
지나치면서 눈길을 끌었는지 초면이라고 하기에는 익숙한 남자였습니다.
바닥에 의자가 끌리는 소리와 함께, 붉은 눈동자와 노란 눈동자가 시선이 얽히면
그는 넉살좋게 웃으며 '안녕.' 먼저 인사를 합니다.
정신이 들면 아자릭이 걱정스레 당신을 바라봅니다.
이럴게 아니죠. 더이상 지체하지 않고 골목길을 벗어납니다.
(고통이 느껴지는 육체를 어떻게든 이끌고 빠른 걸음으로 골목길을 벗어났다. 비교적 인적이 드물지만 어둡지 않은 곳으로 자리를 옮기자마자 한 일은 네 부상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기억이 돌아온 것은 기뻐할 일이었지만 지금은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하, 다친 곳 없어?
(가쁜 숨을 몰아쉬고는 너를 붙잡고 이리 저리 살폈다. 고통을 느끼는 것 같던 어깨부터 점검했다.)
(점검을 위해 네가 제 어깨에 손을 올리면 순간적으로 몸을 물린다. 괜찮다 하는 말이 끝맺음을 짓지 못하고 흐려졌어. 정말 괜찮다는 듯이 고개를 내젓고 제 상태보다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너를 살펴본다.)
킬리안, 너는. 괜찮은거야?
킬리안:내가, 하. (울컥 올라오는 감정에 말을 하다 말고 한숨을 내뱉는다. 머리가 아픈 듯 이마를 잠깐 짚었다가 고개를 들었다.)
지금 내가 괜찮은게 중요해? 나는 표적이 아니라고. 아자릭, 지금 걱정해야 할 건 너야! 내가 아니라.
그 잠깐 사이에 내가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는지 알아? 역시 나 혼자 다녀왔어야 했어.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는 나 혼자서 가는 편이 더 안전했었다고.
아자릭:(흔들리는 시선은 오로지 너를 담았다. 덜컥 화를 내는 너를 이해할 수 없어서가 아니었다. 이유를 알고 있지만 저는 당연하게 저보다는 네 상태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
표적이 아니더라도, 네가 공격받지 않을 이유는 되지 않는다는걸 알잖아.
(수상한 자들이 달려드는 순간, 네가 제일 먼저 한 행동은 저를 뒤로 숨기는 것이었다. 계획을 세울 시간도 없었을 찰나에 네가 앞을 가로막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처럼 굴었던 것을 저는 보았다.)
난... 모르겠어. 왜 앞을 가로막은거야? 그들이 노리는 게 네가 아니라고 너만은 괜찮을거라고 생각한거야?
(제게 화를 낼 입장은 너 또한 아니라는걸. 제가 너를 아끼는 것을 알고 있다면 그러지 말아야했다.)
킬리안:당연한 걸 거듭 묻지 마. 내 눈 앞에서 네가!
(벌컥 화를 낸다. 빠르게 뛰는 심장에 숨을 쉬기 어려워질 정도여서 한 번 숨을 고르고 침을 꿀꺽 삼켰다.) ...그 남자처럼 쓰러지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았으니까.
(네가 그런 표정을 짓고 그런 목소리로 제게 호소하는 이유야 당연하게 알고 있었다. 저와 같겠지. 다 알면서도 모진 소리를 했다. 그야 자신은 이렇게 되먹은 사람이니까. 제가 다치더라도, 그것이 네가 원하지 않는 일이라 하더라도 결국 제 뜻이 우선순위의 첫번째였으니까.)
...안되겠어. 돌아가, 아자릭. 차로 돌아가든 숙소를 찾든 안전한 곳에서 조금만 기다려 줘.
여기까지 데려다 준 것 만으로도 난 충분해. 네게 감사하고 있어. 그 이상을 바랄 수 있다면 분명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 판단 했을 땐 최선을 선택할 뿐이야.
아자릭:(언성이 높아지고 이해하고 싶지 않은 상황들이 이어진다. 너도 같은 이유이겠지만 저는 정말로 보고싶지 않았다. 위하고자 하는 마음은 같았으나, 이건 잘못되었다.)
킬리안, 아니. 안 돼.
(그렇게 할 수 없어. 제가 없었더라도 방금전의 상황은 누가봐도 위험했다. 너를 홀로 보냈더라면 지금보다 나았을거라고 다짐할 수 있을까? 저는 죽어도 후회했겠지. 너 또한 그랬을것이다. 너를 정말로 위한다면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네 부탁을 들어주는 것이 옳았다. 하지만...)
아직은, 이대로 널 홀로 보낼 수는 없어. 그러니 곁에 있게 해줘. 나 또한 널 걱정하고 있다는걸 알잖아. 그런데 어떻게... (결국 표정을 일그러트린다. 기억이 있었더라면 지금의 제 태도는 예전같지 않다는걸 알 수 있었겠지. 고집을 피울 때가 아니지만 이것만큼은 들어줄 수 없었다.)
킬리안:(꾸밈없는 진솔한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제 감정 깊은 곳을 파고 드는 것 같았다. 너는 내게 자꾸만 약한 모습을 보였지. 그래서 네가 원래부터 유약한 사람인 줄만 알았다. 그것이 나여서, 나와 관련된 일이어서 숙여주는 것인지도 모르고. 그래서인가, 지금은 알 것 같았다. 그렇게 솔직하게 우러나온 염원이, 감정을 꾹꾹 눌러 담은 것 같은 네 말들에 조금씩 제 태도가 누그러지는 것이 느껴졌다. 결국, 그래. 네게 약해지는 것이었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너와 같은 마음이었으니까.)
함께 있는다고 해서 널 감싸지 않을 일은 없을거야. 물론 너도 그럴 생각인거겠지.
...내가 걱정되는 거구나. 내가 널 걱정하는 것 처럼.
아자릭:(정말로 제 걱정과 네 걱정이 같을까. 저울질 할 수 없겠지만 거짓된 말은 아니라는걸.)
그래, 그러니까-
(이어 하려던 말은 소리가 되지 못하고 그대로 삼킨다. 기억이 없는 네가 저를 이해할 수 있을까. 이해해달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네가 결국 기억을 찾게 된다면 온전히 이 상황을 이해하겠지. 그러니 조금이라도, 네가 홀로 있지 않았으면 했다. 이 여행의 주인공은 너였지만 동행자는 저였다.)
이해를 바랄게. 내게는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
(단호하게 대답하는 목소리에는 굳은 결의가 담겨져있었다. 고통스럽게 호소하는 표정은 온데간데 없이 저도 더이상 물러날 수는 없는 사람처럼 손을 꾹 쥐었다.)
(헛웃음을 동반한 건조한 목소리. 그것 만으로도 제 기분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또 내가 모르는 것들. 내가 모르는 기억, 내가 모르는 이유, 내가 모르는... 너.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적어도 너의 선택이 제게 해를 입히려는 의도가 아님을 이제는 확신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너 스스로를 희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었지만, 계속해서 이 손을 계속 마주 잡고 있는다면 적어도 그런 순간이 왔을 때 브레이크를 걸 수 있지 않을까. 최악은 되지 않도록. 적어도 차악을 만들 수 있다면. 아니지, 그렇게 만들 것이다.)
내가 어떻게 널 이기겠어. ...뜻대로 해.
(체념처럼 들리던 목소리에 점차 너와 비슷한 각오가 실린다. 제 다짐을 보여주듯 씹듯이 뱉은 글자 하나하나에는 의지가 실린다.)
하지만 나도 가만히만 있진 않을 거야. 너도 날 이해해야 할 순간은 분명히 올 거라고. 기억해.
(경고에 가깝게 엄포를 놓고는 네 어깨에 지긋이 시선을 둔다. 한 번만 더 살펴보고 싶었지만 치명상은 아닐 터이니 네가 걱정 말라고 한 것이겠지. 약해지는 마음을 다잡고 너를 믿기로 한다.) ...그만 움직이자. 여기도 인적이 드물어서 오래 머물기엔 위험해.
아자릭:(분명히 이해할 순간이 올거라고. 확언할 수는 없겠지만 양보할 수 없는 것이 존재했다. 경고의 의미는 확실히 전달되었는지 이 주제로는 더이상 대화를 이어가지 않았다. 네 여행을 계속해서 지켜볼 수 있게 되었으니 결연한 자세를 보이던 저는 순식간에 분위기가 풀어졌다.)
... 응. 그래.
(시선을 지긋이 내리깐다. 발걸음은 인파가 많은 곳을 향해, 누군가 저와 너를 보지않을까 눈길을 흘리며 나아간다.)
이제 어디로 가야할까요? 안타깝게도 분위기는 많이 가라앉았습니다.
킬리안:(방금 전 까지 평범하게 웃으며 떠들었지 않았던가. 들끓던 감정이 가라앉은 뒤에도 착잡한 심정은 그리 쉽게 옅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잡은 손은 놓지 않고, 오히려 놓아줄 생각 없다는 듯 더 힘있게 쥘 뿐이다. 상황이 상황이니 안전한 곳으로 몸을 옮기고 싶었다.)
...그러고 보니 무슨 보호 센터가 있다는 표지판을 봤는데. 혹시 알아?
아자릭:기억 관련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인걸로 알고 있어.
(네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 제가 직접 이용해본적은 없었기에 선뜻 아는 것을 알려줄 수 없었다. 모르는 것이 더 많았기에 그랬겠지. 맞잡은 손에 힘이 실리면 저도 모르게 시선이 그쪽으로 향한다.)
평범한 병원처럼 말이야.
(모르는 도로에서 깨어난 뒤로부터 거의 처음 듣는 듯한 상식적인 단어였다. 보통 기억을 잃은 사람이라면 정신과를 먼저 찾기 마련이니까. 가라앉은 분위기 속 들뜬 기분이 목소리에 묻어 나왔다.)
...가볼까. 바깥보단 안전할거고, 도움 받아서 기억을 되찾을 수 있다면 좋은 일이잖아. 너한테도.
아자릭:(나한테도. 그 말에 저는 어떤 표정을 지었던가. 안전하게 네가 기억을 찾길 희망하는 마음으로 눈웃음을 지었다.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침체된 분위기가 조금이나마 환기가 되었다.)
그렇지. 그래, 한 번 가보자.
새하얀 벽, 새 하얀 가구의 이질적이면서도 어딘가 병원과 비슷한 공간입니다.
안에는 [데스크]와 대기실, ‘직원 외 출입금지’라는 문구가 적힌 문이 있습니다.
킬리안:(가지런한 분위기가 심신에 안정을 줬다. 경계할 구석이 적어지니 잡았던 손은 손가락을 걸고만 있는 정도로 힘이 풀어진다. 너를 제 뒤로 이끌고 데스크로 가까이 다가갔다.)
실례합니다.
데스크에 다가가면 밝은 목소리로 “어서오세요, 상실보호센터입니다!”하고 직원이 인사합니다.
킬리안:(눈 앞의 인물이 여성임을 확인하자 경계심을 마저 풀고 마주 눈가에 호선을 그리며 웃어 보인다. 뭐, 애초부터 흐린 얼굴에다가 모자에 그늘져 잘 보이진 않았겠지만. 부드럽게 깔린 낮은 목소리엔 호의가 섞여 있었다.)
기억과 관련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요. (하며 흘긋 데스크 위의 안내책자로 눈길을 준다. 도움이 될까 하여 맨 위의 하나를 집어든다.)
『어서오세요, 상실보호센터에! 잃어버리신 기억이 있으신가요?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겠나요? 그럴 때에는 망설임 없이 상실보호센터에 방문해주세요! 당신이 기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라고 적혀있습니다.
(모자를 푹 눌러쓴 남자를 향해 고개를 기웃거리며 유심히 바라본다.)
손님께 유난히 특별한 기운이 느껴지시는데, 이런 경우는 잘 없어 특별 서비스를 드리고 있습니다.
샘플을 사용해보시겠어요?
이후 직원이 건넨 것은 안약처럼 생긴 기억촉진제입니다.
직원:외에도 태블릿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다른 서비스도 있으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킬리안:(제 쪽을 유심히 보자 웃는 모양새를 유지한 채로 모자를 더 깊게 눌러 썼다. 주의를 돌리려는 듯 데스크 위로 얹은 손가락 끝을 툭툭 소리를 내며 두드렸다.)
특별 서비스... 샘플이라고요. 치료제 같은 겁니까?
(덥썩 받아 감사하다며 사용하기엔 워낙 경계가 심한 성격이라, 은근하게 말을 돌리며 태블릿을 확인했다. 이 센터에 대한 소개 같은 것이 있나 하고.)
센터에서 판매하는 상품들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습니다.
기억을 좀더 쉽게 떠올릴 수 있게 하는 기억촉진제, 잊고 싶은 기억을 지워주는 망각환, 형체도 남기지 않는다는 소멸과.
적어도 이 돈을 지불할 형편이 되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 수 있습니다.
직원:비슷하죠. 보호 센터에서 주로 기억을 다루니까요. 여기에 오시는 분들 대부분은 모두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입니다!
킬리안:가격대가 상당하네요. 그만큼 안정성과 효과는 확실하다고 받아들여도 되겠죠? 기억을 찾으려다 도로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많이 속상할 것 아닙니까.
(제 손 위의 촉진제를 이리 저리 살펴보다가 흘끗 직원의 표정을 확인한다. 예민한 부분인 만큼 자꾸만 신중해 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직원:물론입니다! 샘플을 사용하신 손님분들 모두 호평을 하시고 만족하셨어요. 효과만큼은 확실할거라 장담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이 있는건지 자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한다.)
(네 망설임을 읽었다. 네게만 들릴만큼 작은 목소리로 넌지시 말한다. 어떻게 되든 이 여행이 끝나면 너는 기억을 찾을테니, 잃어버린 것을 찾기 위해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우려도 담긴 말이었다.)
(마음을 읽는 능력이라도 있나, 아니면 제가 모르는 네 기억 속 저는 읽히기 쉬운 사람이었나. 어떠한 수를 써서라도 빠른 시간 내에 기억을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런 도박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뭐, 사실은... ...일부를 완전히 잊어버린다고 해도 뭐 어떤가. 너와 여행을 시작했을 때 부터의 기억은 남아있지 않나. 그때부터 지금까지 새롭게 기록해온 시간들도 기억이라고 부를 수 있으니.)
응. 무리하고 싶지는 않아.
(대답하며 자켓 안주머니에 받은 샘플을 꽂아 넣었다. 직원에게 작게 웃어 보인다.) 고마워요.
직원은 찾으시는게 있다면 말씀해달라고 말하며 본인의 업무에 집중합니다.
기억 촉진제라... 기억을 찾을 수 있는 기회일텐데요.
아직은 신뢰할 수 없으니 실험하기엔 리스크가 큽니다.
킬리안:촉진제라면 여기 확실한 게 있는데, 굳이 뭘.
(데스크에서 뒤돌아 등지며 네 어깨에 기대 무게를 툭 얹었다. 혼잣말처럼 말했지만 누구 들으라는 의도는 명확했다.)
위험하지도 않고, 효과도 확실... 하지 않으려나.
아자릭:경험한게 있다면 권유나, 괜찮다는 말을 해주었을텐데. 미안해.
(어깨에 기대는 무게가 무겁지 않았다. 자연스레 손을 올려두려다 허공에 멈춘다. 데스크에 있는 직원과 시선이 마주친 것 같은 기분이었다.)
... 도서관에 가서 정보라도 찾아볼까? 기억에 관련된 책이라도 있을지 모르잖아.
킬리안:불확실한 실험에 모든 걸 투자할 필요는 없지.
(경험할 필요가 없었다는게 더 좋은 일이잖아. 신경 쓰지 마. 가볍게 으쓱이고는 몸을 일으킨다. 발걸음을 옮겨 센터 밖으로 나서며 대기실에 힐끗 눈길 한 번이나 준다.)
그러는게 좋겠네. 약물을 살게 아니라면 여기서 더 얻을 정보는 없는 것 같아.
이곳에서 얻을 정보는 이제 없는 듯 하여 보호 센터를 나섭니다.
킬리안:(여행이 끝날 쯤이면 기억은 돌아올 것이라고 네가 확신했다. 그렇다면 저는 네 말을 믿을 뿐이다. 이젠 지나간 기억에 대한 집착보다는 너와 새롭게 써가는 기억에 무게가 더 실렸으니, 조금 더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도서관을 찾았다.)
안으로 들어가면 수많은 서가에 여러가지 책이 꽂혀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자릭은 책을 찾아보겠다 잠시 자리를 벗어납니다.
[서가1], [서가2], [서가3], [문헌자료실]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킬리안:(자료조사가 목적이라면 최대한 많은 양을 훑어보고 판별하는게 좋겠지. 고개를 끄덕이곤 너를 보내주었다. 가까이 있는 곳 부터 확인해볼까, 첫 번째 서가로 향했다.)
킬리안:
자료조사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49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뒷면을 보면 ‘그럼에도 당당히 소유할 자격이 있는가?’ 라고 적혀있습니다.
킬리안:(포춘쿠키에서 본 똑같은 문구. 누군가의 의도가 분명히 드러나는 쪽지에 인상을 찌푸린다. 미행이 붙기라도 했던 건가, 뒷골목의 그패거리들이 한 행동 치고는 지능이 느껴지는데. 경계심을 넘어서 이젠 황당함을 느낀다. 빼앗지 않을 거고, 소유하지도 않을 거야. 누구의 짓인지는 몰라도 시간 낭비군. 쪽지를 끼운 시집을 그대로 탁, 덮어 제자리에 꽂아 둔다.)
(다른 확인할 만한 것이 없다면... 두 번째 서가로 갈까. 제가 찾는 것은 유의미한 정보니까.)
킬리안:
자료조사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97 |
| 판정결과: |
실패 |
오컬트라니, 믿을만한 정보가 담겨있을리가 없잖아요.
킬리안:
지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1 |
| 판정결과: |
대성공 |
킬리안은 스스로 차를 운전하며 직선의 도로를 달립니다.
쾌활하게 웃고는 킬리안은 기억속의 자신과 눈이 마주칩니다.
하고 큰소리와 함께 킬리안 탄 차가 트럭에 부딪혀,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집니다.
정신을 잃고 핸들 사이에 머리를 박고 경적이 계속해서 울립니다.
피를 흘리며 의식을 잃기 전, 기억속의 킬리안에게 손을 뻗습니다.
고개를 돌려 바라본 백미러에는 다른 이의 얼굴이 보입니다.
킬리안:
SAN Roll
| 기준치: |
35/17/7 |
| 굴림: |
52 |
| 판정결과: |
실패 |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잘 뜨이지 않는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냈다. 하얗고 긴 손가락, 단단해 보이던 손을 떠올리면 그 답은 명확했다. 그야 줄곧 제가 이끌고 다니던 그 손이 아니었던가.)
...아자릭?
(이전의 기억이 돌아온 것인지, 새롭게 쓰인 기억에서 꺼내온 것인지 모를 이름을 밖으로 내어본다. 너는 여행의 시작 뿐만이 아닌 여행의 끝에도 나와 함께 있었던 거야? 왜 말해주지 않았던 걸까. 말해줄 수 없었던 걸까. 묻고 싶은 말은 있었지만 그보다는 단순히 네가 보고 싶어져, 서가를 나와 도서관의 로비에서 널 찾아 본다. )
보이지 않는 아자릭을 찾아 로비로 향하려던 중
갑자기 쿵하고 큰 소리가 서가 건너편에서 들립니다.
다가가면 서가에서 난잡하게 떨어진 책들 사이로, 머리를 부여잡고
당혹스런 표정으로 킬리안을 바라보는 아자릭이 있습니다.
(머리에 책들이 부딪혀 고통스러운 몸짓이 아닌, 어딘가 멍해보이는 몸짓이었다. 중얼거리는 말의 마지막은 '기억이 나지않아' 였다.)
킬리안:
관찰력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22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아자릭의 얼굴이 안개가 씌인 것처럼 옅게 보입니다.
킬리안:(큰 소리에 놀라 소음이 일어난 곳으로 다가와 보면, 그 중심에는 네가 있었다. 바보같이, 머리라도 부딪혔으면 어쩌려고. 크게 다친 것은 아닐까 한걸음에 다가와 자세를 낮추고 시야에 너를 담는 순간, 심장이 쿵 내려 앉는 것만 같다. 크게 놀라 어떤 소리도 내지 못하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귓가에 이명처럼 심장이 시끄럽게 뛰는 소리만 가득 찬다. 떨리는 목소리를 몇 번이나 삼키고 겨우 구사된 한 마디를 뱉는다.)
아자릭, 너... ...기억이...
(네 이름을 부르기 위에 벌린 입술이 뿌옇게 흐려져 입모양이 제대로 보여지지 않았다. 책에 맞은 머리를 문지르던 손이 이마를 타고 내려와 얼굴을 반쯤 가렸어. 기억이? 네 말을 되뇌이고 제가 무엇을 하려했는지 생각을 한다. 하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머리를 거치지 않은건지 중얼거리는 말에 대상은 없었다.)
...이러면 안되는데.
킬리안:(폭풍처럼 몰아치던 불안감이 네 목소리로 불러주는 제 이름에, 눈 녹듯이 사르르 사라지는 것 같만 같아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가장 잊어버러선 안되는 기억이 안전했기에 잠깐 안도하였지만, 금방 또 불안감이 잔물결처럼 흘러 들어왔다. 절대 마음을 놓아서는 안되는 위중한 상황이었으니.)
(되짚어보자. 불현듯 두통과 함께 제 기억의 일부가 돌아왔고, 그와 동시에 너는 기억의 일부를 잃었다. 이건 마치, 네가 나와 함께 있었기 때문에...)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선다. 뻗어지는 손에 힘을 주어 애써 제 뒤로 숨겼고.) 나, 기억해? ...어디까지 기억하고 있어?
(목소리로 알 수 있듯이, 네 걱정이 전해들어온다. 저만큼이나 너도 당황스럽겠지. 그러니 네 이름을 부른다. 혼란스러워 하던 것도 잠깐이라는 듯이 얼굴을 가리던 손을 내려 네게 나지막하게 묻는다.)
도움이 되는 정보를 찾았어? 아니면.. 떠오르는게 있다던가.
(어디까지 기억하고 있냐는 말에 대답하지 않는다. 눈동자가 굴러가며 네가 본능적으로 몸을 물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 비정상적인 현상에 두려움을 떠는건 당연한 일이었다. 붙잡지 못하고 멀어지는 널 가만히 바라보다 떨어진 책을 주워 빈자리에 꽂아둔다.)
(그렇게 대답하는 목소리가 절박하다. 손을 댈 수 없으니 제 목소리의 떨림이나 높낮이 따위로라도 심정을 알아주길 바랬다. 두 번, 세 번, 여러 번 네가 불러주는 제 이름을 들으면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씁쓸하게도 찰나의 안정감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돌아오지 않는 대답이 역설적이게도 확실한 대답이 되었으니. 겪어본 적 없는 일의 해답을 찾기 위해 머릿속이 어지럽게 굴러갔다.)
아무 것도. ...정말 아무 것도.
(기억의 일부를 찾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만약에, 이 인과관계를 네가 알게 된다면 기뻐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운 의심을 했다. 제가 본 너는 이타적이고 다정한 사람이었으니.)
이렇게 쉽게 기억을 찾을 수 있었다면 얼굴 없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겠지. 너무 쉽게 생각했나봐.
(옆으로 다가가 어지럽게 흩어진 남은 책들을 주워다 원래 자리에 꽂아 뒀다. 고개를 돌리다 시선이 마주치면 움찔 하고 고개를 떨군다.)
(저는 여느때와 같이 미소짓는다. 어떤 표정을 지어도 네가 제대로 봐줄리가 없는데. 기억이 흐려진 것만으로도 알 수 있는 사실이 있었다. 네가 거짓을 말하고 있다고.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고 말하는 목소리는 누구든 속일 수 있을 정도로 잘 꾸며진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네 거짓을 추궁하지 않고 저는 그렇구나. 하는 대답만 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 상심하지는 마. 그보다, 나를 부르지 않았어? 내가 괜히 소란을 만들어서 놀란건 아닐까 싶네.
(고개를 돌리면 저는 어떤 기색도 느끼지 못한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정리한다. 비워진 책들이 하나 둘 자리를 채우면 책장이 깔끔해진다.)
책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아직은 조금 더 찾아보고 싶어. 나는 걱정말고 찾던걸 마저 찾아줄 수 있을까?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잖아.
킬리안:(싫어. 포기할래. 이런 식의 과정이라면 그냥 멀리 떠나 버리는게 나아.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면 되잖아. 솔직한 투정이 목 끝까지 차오른다. 나 때문에 네가 네 스스로를 알지 못한 채 살아가게 되는 것은 싫었다. 이제는 안다. 내가 좋아한다고 느낀 너는 나를 기억하는 네가 아니야. 그저 너라는 사람이 좋았어. 제게 일어나라며 내밀어주던 손, 잠들 때 까지 곁을 지켜주던 시선, 멋대로 짓누르던 무게를 단단히 받쳐주던 어깨... 따뜻함, 다정함, 배려심. 너를 이루는 모든 것. 오로지 너이기에 너만이 보여줄 수 있었던 것들.)
(과거로 돌아간 것만 같은 말끔해진 책장을 바라본다. 내가 널 가까이 하지 않았더라면, 여행을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러지 못하는 지금에서 어떤 행동이 최선인지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리다 결국 지긋지긋할 정도로 익숙한 회피라는 방법을 택한다.)
...그래. 무리는 하지 말고. 나한테도 그랬잖아.
(뒤돌아서 발걸음을 옮겼다. 나중에 어떤 결론을 내리든 당장은 멀어져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무리하지 말라는 말에 아자릭은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가 어떤 눈빛을 하고 당신을 바라보았는지는 모를 일이겠죠.
킬리안:(앞으로의 계획을 세울 겸 생각을 정리하러 사람이 적은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세 번째 서가에는 사람이 비교적 없어 보였으니, 자료를 조사할 겸 머무르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잘 떼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옮긴다.)
세 번째 서가는 역사와 관련된 책들이 많습니다.
킬리안:
자료조사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4 |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킬리안:(눈에 띄는 책을 한 권 뽑아든다. 아주 잠깐쯤은 다른 곳으로 생각을 돌리는 것도 좋은 것 같았다. 책을 펼쳐 본다.)
1p │ 이 책은 나의 일기가 아닌 메모와도 같은 것이다. 그리고 친애하는 나의 사랑, 망자가 되어버린 클라라에게 쓰는 편지이다.
2p │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던 나에게 괜찮다 말하며 클라라는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완전히 얼굴이 없는 자인 나에게 그녀는 다정했다. 나는 기억한다 당신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이였는지. 금발의 긴 머리, 내가 투영되어 보일 정도로 새까만 눈, 웃는 모습이 예쁘던. 소위 말하는 얼굴이 있는 자였다.
3p │ 내가 깨달은 것은 나는 망자―즉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것, 그들은 모두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생의 기억이 없는 자들은 얼굴조차 안개가 끼인 것처럼 희미하게 보인다.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사람은 얼굴이 있는 자들 뿐이다.
기억을 잃은 자는 얼굴을 잃은 자. 즉, 망자라는 이야기네요.
4p │ 몇가지의 기억이 돌아왔을 때 나의 얼굴도 점차 윤곽을 찾아갔다. 그러나 그럴수록 점점 클라라의 얼굴이 사라져갔다. 기우인가? 아니, 아니다. 클라라가 나를 위해 희생했던 것이다.
5p │ 클라라의 얼굴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살아생전 나와 클라라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 내가 먼저 사고로 죽었었고 클라라는 뒤따라 자살했다. 그러나 죽었다고 생각한 클라라의 눈앞에 누군가가 나타났다는 것. 그 자는 이생으로 가는 배를 탈 때 뱃 값으로 그녀의 기억을 내고, 그녀가 되살아날 기회를 나에게 줄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모든 것을 잊어버렸다. 나는 어째서인지 그녀의 모든 기억을 받았다.
6p │ 이제 나는 귀가하기로 한다. 도시 밖으로 나간 그녀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지 못했지만 언젠가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당신은 당신을 잊어버렸지만, 나는 끝까지 기억할 것이다. 언젠가의 그녀가 이 책을 발견하기를 바라며.
킬리안:
지능
| 기준치: |
70/35/14 |
| 굴림: |
48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점점 아자릭의 얼굴이 희미해지는 것은 자신이 기억을 떠올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칩니다.
킬리안:(순간 이는 듯한 현기증에 눈을 짓눌러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유추라고 정답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다른 것이 정답일 거라는 희망을 조금이나마 가진거다. 제 추측이 모두 틀리고 쓸데없는 고민을 한 바보가 되는 것이 차라리 나았다. ...현실은 늘 매정했지만. 한 번도 다정한 적이 없었지. 숨이 막히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감각에 화풀이하듯 책을 제자리에 쑤셔 넣었다.)
이 여행이 끝날 때 쯤엔 분명히 기억을 찾을 거라고 했어. 확신을 가진 이유가 있을거야. 분명...
(다른 단서가 있을지도 모른다. 네게 제 기억을 되돌릴 방법이 있다면 제가 네 기억을 되돌릴 방법도 있을 것이었다. 빠르게 발걸음을 옮겨 문헌자료실로 향했다.)
문헌정보실 안에는 쾌쾌한 고문서들이 가득합니다.
킬리안:
관찰력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65 |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문서다발 사이에서 연구문서 하나를 발견합니다.
‘망자들은 타인의 기억을 빼앗으면 본래는 본인의 것이 아니기에 그 자는 그대로 소멸해버린다. 그러나 만일 같은 기억을 공유한 자의 기억을 훔친다면, 함께 추억을 나눈 자의 기억이라면 결과는 달라진다. 훔치거나, 아예 뱃 값을 지불하는 자와 귀가하는 자가 서로 다른 사람임에도 생전 공유한 추억이 같거나. 그러나 중요한 것은 망자와 함께 나가기 위해 억지로 기억 나도록 해서는 안 된다. 가르쳐 주어서도 안 된다. 그것은 결국 망자의 영원한 소멸을 가져온다.’
킬리안:(이 문헌에서 얻을 수 있는 단서는 크게 두 가지. 하나는 두 사람이 '함께'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그러기 위해서 네가 제가 비밀로 할 수 밖에 없는 대답들이 존재했다는 것. 말할 수 없지만 그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이해해 달라고 말하던 네 모습을 떠올린다. 단호하게 빛나던 눈동자, 곧은 의지를 담고 말하던 입술. 네가 영영 기억을 잃어버리면, 아니. 제게 빼앗겨버리면 볼 수 없게 될 그 신념이 가득한 표정. 그렇게 둘 수는 없었다.)
(날 이해해야 할 순간이 올거라고 말했었지. 확신이 든다. 그 때는 분명히 오고 말 것이다. 몸을 돌려 자료실을 빠져 나온다. 더 이상 머뭇거림은 남지 않은, 의지를 담은 발걸음이 바닥을 짓누르고 앞으로 나아간다.)
얼마가지 않아, 킬리안이 가지고 있던 라디오가 지직거립니다.
라디오를 꺼내 살펴보면 전파를 맞추지 않아도 익숙한 목소리가 들립니다.
《도시 밖까지 너를 배웅해주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그러지 못하게 될 것 같아.》
《...점점 모든 기억이 사라져 가. 네가 어떤 사람이였는지도 모르겠어.》
《분명 나는 내 기억을 뱃 값으로 치루고 너를...》
《그래도 다행이야. 당신이 기억을 되찾아서.》
《끝까지 모른척 하고 싶었지만, 이제는 내 얼굴조차 보이지 않아.》
《...난... 너는 누구길래 나는 당신을 이렇게 보고싶어 하는 거지?》
킬리안:(듣고 싶었던 목소리. 낡은 기계의 노이즈에 가려져 있어도 누군지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다가도 이내 귀를 기울였고, 소리가 끊긴 뒤로는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어 라디오를 재촉하듯 탁탁 두들겼다. 그러다 울컥 치밀어 오르는 감정에 바닥에 내동댕이 치려다가도, 혹시나 이 고철 덩어리가 이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네 흔적일까 두려워 덜덜 떨며 손에 힘을 빼고 만다.)
(비겁해. 비겁하다고. 그런 식으로 숨어버리면 다야? ...내가 보고 싶다며. 네가 그렇다면 나 또한 그럴걸 알고 있겠지. 나도 네가 보고싶어. 이런 식의 마지막은 내 계획에 없었어. 내가 원했던 건 마지막의 배웅이 아냐. 여행을 시작 하자며 손을 내밀어 준 것은 너였다. 그렇다면 멋대로 손을 놓지도 말았어야지. 네 멋대로 시작하고 끝을 내는게 어딨어. ...내가 기뻐할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잖아.)
(지금의 너는 나를 기억하지 못할 테니까 친절히 설명해줄게. 나는 쉽게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야. 모든 것을 의심하고, 경계하고, 내가 이해하고 손 안에서 의도대로 굴릴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생긴 후에야 실행에 옮기는 사람이거든. 그러니까 지금 선택하면 안 돼. 결과값을 내기에는 단서가 너무 부족했다. 너를 만나야 했다. 나는 그래야만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니까. ... ...아니, 됐어. 다 집어치워. 사실은 네가 보고 싶은 거야. 젠장, 그냥 지금 당장 네가 보고 싶다고.)
(목적지도 정하지 않고 달음박치듯 앞으로 나아갔다. 빠른 걸음은 곧 뜀박질로 바뀐다. 네가 어디에 있을까, 정처 없이 돌아다니며 네 형체를 찾는다.)
당신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지기 시작하며 아자릭을 찾겠다는 목적 하나만으로 나아갑니다.
이 건물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지 도서관을 나서면
그와 함께 소파에 몸을 뉘인채 휴식을 취하며 대화를 나눕니다.
'이번에 휴가가 겹치면 같이 여행이라도 가는게 어때.'
좀처럼 시간을 맞추기 어려웠으니. 좋은 생각이었죠.
같은 집에서 산다고는 하지만 직장에 있는 시간이 길어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짧았습니다.
이어지는 기억은 여행지를 고르고 계획을 적당히 세우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상입니다.
한때 드라이브를 나가기도 하며 출퇴근을 함께하기도 했었죠.
작은 메모지에 적혀있는 글씨,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나 당연함이 되어버린 관계.
사소한 것이라고 하지만 보여지는 기억에서 킬리안이 항상 존재했습니다.
밖으로 나가면, 아까 전 까지만 해도 평범한 사람들과 같았던 이들이.
얼굴 없는 이들 사이에서 킬리안은, 도시 안을 돌아다니며 아자릭 찾습니다.
킬리안:
관찰력
| 기준치: |
75/37/15 |
| 굴림: |
21 |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쇼윈도에 비춰지는 당신의 얼굴은, 뚜렷합니다.
그리고 안개처럼 뿌옇게 흐려져 얼굴이 보이지 않는 이들 사이
손을 잡힌 아자릭은 얼굴이 이미 모두 사라져있습니다.
킬리안:(얼굴이 보이지 않아도, 저를 바라봐주던 눈과 저를 불러주던 입술이 보이지 않아도, 이 사람이 너임을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사라지지 않았어. 내 눈 앞에 있어. 미지근한 손바닥의 체온, 단단한 손가락의 뼈마디가 얽혀 드는 감각마저 모두 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자릭.
(벅찬 마음으로 네 이름을 불렀다. 네가 그럤듯이.)
(시선이 얽혔을까? 그럴리가 없었다. 입술을 벙긋거렸던 것도 제가 탄식을 흘렸기에 알 수 있었다. 갑작스레 잡힌 손을 고개를 숙여 내려보다 다시금 남자의 얼굴을 본다. 어딘가 익숙하고도... 보고싶지 않았던가. 그런 기시감이 들었을텐데 내색하지 않고 묻는다.)
... 당황스러워서, 미안합니다. 기억에 없는 이름이라..
(찾고 있는 사람이 있었나요? 거부감을 느끼지 않은건지 손을 거둘 생각은 하지 않았어. 오히려 지금 이 상태가 너무나도 당연한 것처럼 느껴졌다.)
킬리안:(우스운 일이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데도 얼굴이 보이는 것 같다니. 유치한 말장난 같다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작게 웃음을 흘렸다. 아마도 당황했겠지. 너는 이럴 때 상대방을 머쓱하게 만드는 게 싫어, 어떻게든 입술에는 미소를 걸었다. 그러면 양 볼에는 작은 보조개가 패였고, 난처함을 숨기지 못한 눈썹은 호선을 그리며 늘어뜨려진다. 그제서야 네 심정을 이해했다. 뭐야, 그런 거였어. 정말로 다 보이는 거였구나. 알고 있었구나... 내가 어떤 얼굴을 하는지. 어떤 표정을 짓는지. 보이지 않아도 보이는 거였어.)
(네가 보기에는 대뜸 모르는 사람이 붙잡곤 아무 말 않다가 혼자 웃고, 미친 것 처럼 보이겠군. 큼큼, 목을 가다듬었다. 울음이라도 나올 것 같은 기분인데 왜 자꾸만 웃음이 지어질까. 스스로를 바보같다고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네 이름이야. 아자릭. 기억나진 않겠지만.
(괜찮아. 그렇게 말하는 듯 이후로는 침묵으로 네 대답을 기다렸다.)
아자릭:(아자릭이라고 하는 이름은 남자의 이름도 아닌, 자신의 이름이었다.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일텐데, 그리고 얼굴이 보이는 유일한 사람일텐데. 단순히 기억을 잃었다고 하더라도 가장 강렬하게 염원하는 사념은 남아, 당신이 이곳에 있으면 안된다는 것 쯤은 느낄 수 있었다. 이곳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지 않나.)
아자릭. ..그럼 당신의 이름은?
(순순히 그가 부르는 이름을 자신의 것이라고 믿는다. 일반적이지 못한 반응도 모두 네가 하는 말이니까. 알 수 없는 신뢰를 느끼고 수긍한다. 자신을 밝히고 소개하는 것이 예의이지만, 저는 정말로 아는 게 없어 부끄러울 정도였다. 이름을 물은 남자의 눈, 코, 입을 천천히 훑어본다.)
킬리안:(기억나는 것도 없으면서 제 말을 순순히 믿는다. 모르는 사람이 말하는 거라면 의심도 좀 하고 그럴 것이지. 이러니까 자꾸만 너를 걱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유순한 면에 자신이 구원 받았으니 더 탓할 수도 없고, 이것 참... 복잡한 기분이었지만 불편하지는 않았다. 붙잡은 손을 내려다 본다. 네가 놓았더라도 제가 다시 잡으면 된다. 제게 부족한 면을 네가 채워주었듯이, 네게 부족한 면은 제가 채워주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서로의 옆에서.)
...킬리안. 내 이름은 킬리안이야.
(그렇게 부르면 돼.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제 얼굴 곳곳을 훑어보는 네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시선이 둘 곳이 마땅히 없었지만 괜찮았다. 보이지 않아도 보인다니까. 네 얼굴쯤은.)
(아자릭. 네가 아니었다면 나는 영영 그 자리에 멈춰 서 있었을 거야. 예전에도, 지금에도 멈춰 서 있는 건 익숙하니까 괜찮았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네가 가르쳐 주었잖아. 손을 내밀어 주고, 나아가는 법을 알려 주었잖아. 이젠 내가 네게 가르쳐 줄 차례겠지. 멈춰서 있지 않는 법을, 함께 나란히 걷는 법을.)
(너는 내가 여행의 주인공이라고 했었지. 너는 그저 여행을 잘 끝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일 뿐이라고. 아니, 내게 이 여행의 주인공은 너야, 아자릭. 이젠 네 차레야. 또 다른 여행을 시작해야지. 아직 끝나지 않았잖아.)
무섭진 않아? 네가 모르는 걸 내가 알고 있다는 게.
아자릭:(어느새 얽힌 손가락은 네 손등을 감쌌다. 손을 잡는게 이번이 처음은 아닌걸까. 낯선 이를 향한 경계보다는 그를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 저는 제 직감을 믿어보기로 했다.)
아니. 나를 아는 사람일 수 있는 일이니까. ...나를 알고 있는 당신을 왜 기억하지 못하는지 생각하고 있어.
(그것보다 여기에 있으면 안될 사람이라는 것도 은연중에 느끼고 있었다. 마침표를 찍을 것 같았던 여행이 끝맺음을 짓지 못한채 이렇게 너와 마주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른 형태를 띄운 채로.)
(기억의 실마리라고 할만한 흔적이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정처없이 광장을 걸어다니고, 제가 어디서 왔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게 머릿속이 가려지고 그 사이로 유일하게 네가 저를 불러 세웠다. 붉은 머리카락.. 석양을 등지는 남자. 시간이 멈춘 이 공간에서 저를 오롯이 보고 있는 사람이 눈 앞에 있었다.)
킬리안:(그 말에 작게 소리내서 웃었다. 그걸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도 참 너답다는 생각을 했다. 낯선 이에게 솔직하게 터놓는 태도까지. 내치지 않고 맞잡은 두 손을 내려다 보면 은연중에 우리가 신뢰해도 되는 사이라는 걸 너도 느끼고 있는 걸까. 기대와 희망이 피어오른다. 어쩌면 네 기억을 찾는 여행이 생각보다 수월할 수 있겠다고. 뭐, 왜 떠나지 않았냐며 책망하고 미워할 지도 모르지만. 지금 당장은 그런 말이라도 듣고 싶군.)
떠올릴 수 있도록 도와줄게. 네 기억을 찾기 위해서는 내가 필요할 거야.
(이곳 밖의 현실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바라는 것은 단 하나, 네가 모든 기억을 되찾았으면 했다. 밖에서의 기억도, 이 곳에서의 기억도 모두 찾기를 바랬다. 그렇게 네가 모든 기억을 떠올리고 나면, 그때서야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으니까.
보고 싶었다고.
너도 내가 보고 싶었냐고.)
...허락해 줄 수 있겠어?
아자릭:(남자는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적어도 자신의 여정에 혼자가 아닌 함께할 이가 있다는 것을. 지금처럼 자신을 붙잡고 멈춰 세워 동행을 요청한다. 밀어내지 않아도 될까. 기억을 잃기 전 보고 싶었던 네 얼굴을 기억을 잃어서야 보게 되었지만 언젠가. 자신에 대해 떠올린다면 그때는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을테다.)
(정중한 제안은 거절하기 쉽지 않았다. 그 상대가 너이기 때문일지도 모르지. 기억에는 없지만, 이 손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충동과 놓아야만 한다는 마음이 공존했다. 이 혼란스러움의 답은 자신이 찾아야하는 여행의 결과였다.)
...킬리안이라고. 편하게 불러도 될까.
(결국 긍정하며 미래를 그린다. 이 끝이 어떻게 흘러갈지도, 이 여행의 목적이 무엇인지도 모른채로 그 답을 찾길 바랐다. 혼자보다는 둘이 좋잖아. 무의식적으로 타협한 생각은 언젠가.. 이곳까지 너를 데리고 온 자취를 였다. 그것을 깨닫게 되는건 이후의 일.)
킬리안:(그래, 솔직하게 말하자면 조금은 긴장했던 것 같다. 혹여나 거절이 돌아오면 어떡하지. 억지로 떼를 쓰고 싶진 않은데. 혹시 내가 마음에 안 들어서 동행하지 않겠다고 대답한다면, 음. 역시 머리색이 튀는게 문제였을까. 단점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쓸데없는 걱정이나 늘여 놓다가 기대하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환하게 웃어버린다. 기억을 찾고 싶다거나 제안을 수락하겠다는 구제척인 대답은 아니었지만, 그랬기에 더 확신을 담은 대답이었다. 얼굴에 만연한 웃음기를 헛기침으로 다듬고는 한층 부드러워진 표정을 짓는다.)
그래. 킬리안이라고 불러주면 돼. 예전처럼.
(다시 찾아온 잠깐의 정적. 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저와 시선이 마주하고 있음을 안다. 처음이 아니지만 처음인 만남. 그러니까 우리의 대화도 처음부터 시작해야겠지. 침묵을 지키던 입이 다짐을 한 듯 천천히 열린다.)
...미안. 대뜸 의문 모를 소리만 늘여놓고, 당황했지. 다시 인사할게,
(잡고 있던 손을 놓는다. 이내, 제 앞으로 악수를 청하듯 네게 내밀었다.)
안녕, 아자릭.
언젠가 겪어보았던 일처럼 악수를 요청하는 손이 익숙하게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그 손을 잡고 목적 없는 여행을 시작합니다.
때가 되면 킬리안과 아자릭은 도시에 올 때 타고온 차를 타고, 다시 교외로 돌아갑니다.
빛을 받아 붉게 물든 아자릭의 얼굴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자릭은 끝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할 것입니다
돌아온 교외에서 바에 다시 들려도 좋고, 산책을 해도 좋습니다.
끝내 최후에 아자릭이 소멸하더라도 이 조차도 기억할 것입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는 킬리안 조차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보상: 탐사자 로스트?, KPC 영구 로스트엔딩C
시간이 지나 KPC가 먼저 소멸, 탐사자는 망자의 여로에서 자신이 기억을 잃고 소멸되기를 막연히 기다립니다.